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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

전박사의 독서경영 - <생각하는 나무이야기> 전박사의 독서경영 - 에서 배우는 독서경영 저자 : 성주엽, 출판사 : 생각하는 정원 이 책은 생각하는 정원의 나무친구인 저자가 30여 년 동안 온갖 정성을 다해 돌봐왔던 나무들로부터 얻은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정리한 것이다. 저자의 부친이신 성범영 원장은 서울 생활을 접고 연고도 없었던 제주도로 이주해 와서 반백년 동안 혼신을 다해 황무지를 가꾸어 생각하는 정원을 만드셨으며, 지금도 새벽에 정원을 가꾸시고 계시다. 저자 역시 학업과 군대를 마친 후 제주도로 내려와 부친을 도와 정원의 설립부터 운영과 관리, 그리고 실무까지 모든 일을 도맡아 진행해 오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이 책은 나무에 대한 지식을 나열한 책이 아니라 저자가 혼신의 힘을 자식을 키우는 심정으로 가꿔온 정원과 한 그루, 한 그루의 .. 더보기
공부의 칼끝 17. 묘계질서 공부의 칼끝 17. 묘계질서(妙契疾書) : 순간의 깨달음을 놓치지 말고 메모하라 영남대학교 동빈문고에 다산 선생의 손때가 묻은 『독례통고(讀禮通攷)』란 책이 있다. 청나라 때 학자 서건학(徐乾學)의 방대한 저술이다. 아래위 여백에는 그때그때 적어둔 다산의 친필 메모가 빼곡하다. 선생은 메모를 적은 날짜와 상황까지 꼼꼼하게 기록해 두었다. 병중에도 썼고, 우중에도 썼다. 이 메모의 방식과 그것이 자신의 저작에 반영되는 과정에 대해 한편의 글로 써볼까 전부터 궁리 중이다. 다산 선생의 놀라운 작업의 바탕에는 수사차록(隨思箚錄), 즉 생각을 놓치지 않고 적어두는 끊임없는 메모의 습관이 있었다. 묘계질서(妙契疾書)란 말이 있다. 묘계(妙契)는 번쩍 떠오른 깨달음이다. 질서(疾書)는 빨리 쓴다는 뜻이다. 주자가 .. 더보기
공부의 칼끝 15. 교부초래 공부의 칼끝 15. 교부초래(敎婦初來) : 처음부터 가르쳐라 남자는 가르치지 않으면 내 집을 망치고, 여자는 가르치지 않으면 남의 집을 망친다. 그러므로 미리 가르치지 않는 것은 부모의 죄다. 당장에 편한 대로 은애(恩愛)하다가 무궁한 근심과 해악을 남긴다. 이덕무(李德懋)가 『사소절(士小節)』에서 한 말이다. 뜨끔하다. 이런 말도 보인다. 망아지는 길들이지 않으면 좋은 말이 될 수 없고 어린 솔은 북돋워주지 않으면 훌륭한 재목이 될 수 없다. 자식을 두고 가르치지 않는 것은 내다버리는 것과 한가지다. 나무도 어릴 때부터 체형을 잡아주고 곁가지를 쳐주어야 바르고 곧게 자라 재목감이 된다. 날뛰는 망아지는 타고난 자질이 뛰어나도 사람이 탈 수 없다. 아들 낳아 제 집 망치고 달을 길러 남의 집을 망친다면 .. 더보기
공부의 칼끝 14. 발초첨풍 공부의 칼끝 14. 발초첨풍(撥草瞻風) : 풀을 뽑아 길을 낸 후 풍모를 우러른다 새해 들어 인터넷 카페에 인문학 강의 연재를 시작했다. 다산과 제자 황상(黃裳)과의 만남이 그 주제다. 매번 글을 올릴 때마다 달리는 댓글에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인용한 다산 선생의 글 중에 발초첨풍(撥草瞻風)이란 말이 나오기에, 무심코 '풀을 뽑고, 바람을 우러른다'고 풀이했다. 대뜸 댓글로 이런저런 전거가 올라왔다. 다른 역자의 번역과 비교한 글도 있었다. 덩달아 궁금해져서 찾아보았다. 불가(佛家)에서 자주 쓰는 비유였다. 원래 발초첨풍은 『오등회원(五燈會元)』 중 「동산록(洞山錄)」에 처음 나온다. 동산 선사가 위산(爲山) 선사를 찾아가니, 그가 말했다. "이번에 가는 풍릉(澧陵)의 유현(攸縣)에는 석실(石室)이 .. 더보기
공부의 칼끝 13. 문심혜두 공부의 칼끝 13. 문심혜두(文心慧竇) : 글의 마음을 얻고 슬기 구멍이 활짝 열려야 다산(茶山)은 어린이 교육에 특별히 관심이 많았다. 특히 『천자문(千字文)』과 『사략(史略)』 같은 책을 동몽(童蒙)을 위한 학습교재로 쓰는 것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천자문』은 비슷한 것끼리 묶어 계통적으로 세계를 인식하게 만드는 짜임새 있는 책이 아니다. 천지(天地)를 가르쳤으면 일월(日月)과 성신(星辰), 산천(山川)과 구릉(丘陵)을 익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대뜸 현황(玄黃)으로 넘어간다. 현황(玄黃)을 배웠으면 청적(靑赤)과 흑백(黑白), 홍자(紅紫)와 치록(緇綠)의 색채어를 마져 익혀야 옳다. 하지만 우주(宇宙)로 건너뛴다.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의 오성(悟性)을 열어줄 수 없다. 또 현황(玄黃)을.. 더보기
공부의 칼끝 12. 의금상경 공부의 칼끝 12. 의금상경(衣錦尙絅) : 비단 옷을 입고는 덧옷으로 가린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고려불화대전의 감동이 오래도록 가시질 않는다. 일본 후도인(不動院) 소장의 비로자나불도 상단에는 '만오천불(萬五千佛)'이란 글씨가 적혀 있다. 조명이 어두워 몰랐더니, 집에 와 도록을 살펴보곤 뒤늦게 놀랐다. 세상에! 화면 전체에, 심지어 부처님의 옷 무늬에까지 빼곡하게 1만 5천의 부처님이 어김없이 그려져 있었다. 한 폭 그림에 쏟은 정성이 무섭도록 놀라웠다. 그림을 보다가 문득 『중용』 33장에 나오는 "비단옷을 입고 엷은 홑옷을 덧입는다(衣錦尙絅)"는 말이 떠올랐다. 비단옷 위에 홑겹의 경의(絅衣)를 덧입는 것은 화려한 문채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가려주기 위해서다. 화려한 옷을 드러내지 않고 왜 가.. 더보기
전박사의 독서경영 - <혼자 밥먹지 마라> 전박사의 독서경영 - 에서 배우는 독서경영 저자 : 키이스 페라지 , 탈 라즈 출판사 : 랜덤하우스코리아 이 책은 가난한 노동자 가정 출신의 한 소년이 살아가면서 맺어왔던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자신의 꿈과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감동의 드라마 같은 자기계발서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생에 힘이 되는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친구, 스승, 동료, 선배, 상사 등의 다양한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가는 비결과 방법을 실제적인 사례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또한 개인적인 성격 스타일과 직업적인 목표에 맞추어 인간관계를 넓혀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인간관계의 나침반이 되는 책이다. 키이스 페라지는 마케팅과 세일즈 컨설팅 회사인 페라지 그린라이트(Ferrazzi Greenlight)의 창설.. 더보기
공부의 칼끝 11. 평생출처 공부의 칼끝 11. 평생출처(平生出處) : 시련과 역경 속에 본바탕이 드러난다 다산이 34세 때 우부승지(右副承旨)의 중앙 요직에서 금정찰방(金井察訪)의 한직으로 몇 단계 밀려 좌천되었다. 준비없이 내려간 걸음이어서 딱히 볼 만한 책 한 권이 없었다. 어느 날 이웃에서 반쪽짜리 『퇴계집(退溪集)』 한 권을 얻었다. 마침 퇴계가 벗들에게 보낸 편지 글이 실린 부분이었다. 다산은 매일 새벽 세수한 후 편지 한 통을 아껴 읽고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오전 내내 새벽에 읽은 편지 내용을 음미했다. 정오까지 되새기다가 편지에서 만난 가르침에 자신의 생각을 보태서 한 편씩 글을 써 나갔다. 33편을 쓰고 났을 때, 정조는 그를 다시 중앙으로 불러올렸다. 그 경계와 성찰의 기록에 다산은 『도산사숙록(陶山私淑錄)』이라.. 더보기
공부의 칼끝 10. 파초신심 공부의 칼끝 10. 파초신심(芭蕉新心) : 새 잎을 펼치자 새 심지가 돋는다 이태준의 수필집 『무서록』에 「파초」란 글이 있다. 여름날 서재에 누워 파초 잎에 후득이는 빗방울 소리를 들을 때 ‘가슴에 비가 뿌리되 옷은 젖지 않는 그 서늘한’을 아껴 파초를 가꾸노라고 썼다. 없는 살림에도 소 선지에 생선 씻은 물, 깻묵 같은 것을 거름으로 주어 성북동에서 제일 큰 파초를 길러 낸 일을 자랑스러워했다. 앞집에서 비싼 값에 사갈 테니 그 돈으로 새로 지은 서재에 챙이나 해 다는 것이 어떻겠느냐 해도, 챙을 달면 파초에 비 젖는 소리를 못 듣는다며 들은 채도 않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파초 기르는 것이 쾌 유행했던 모양이다. 파초 잎에 시를 쓰며 여름을 나는 일은 선비의 운사(韻事)로 쳤다. 여린 파초 .. 더보기
공부의 칼끝 9. 독서망양 공부의 칼끝 9. 독서망양(讀書亡羊) : 책에 빠져 양을 잃다 쓰루가야 신이치의 『책을 읽고 양을 잃다』를 여러 날째 아껴 읽고 있다. 하루에 9cm 두께의 한적(漢籍)을 읽는다는 오규 소라이 등 일본과 동서양 독서광들의 책에 얽힌 사연을 다룬 에세이집이다. 벌레를 막기 위해 옛 사람들이 고서의 갈피에 묻어둔 은행잎 이야기는 향기롭고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할 뿐 굳이 자손일 필요는 없다(得其人傳, 不必子孫).” 같은 잔서인이 찍힌 책 이야기는 상쾌하다. 책 제목은 『장자(莊子)』 「변무편(騈拇篇)」의 ‘독서망양(讀書亡羊)’에서 따왔다. 장(臧)과 곡(穀)이 양을 치다가 둘 다 양을 잃었다. 경위를 떠져 묻자 장이 실토한다. “책에 빠져있었습니다.” 곡이 대답했다. “노름을 좀 했어요.” 장자가 말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