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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

공부의 칼끝 8. 심입천출 공부의 칼끝 8. 심입천출(深入淺出) : 세게 공부해서 쉽게 풀어낸다 안정복(安鼎福; 1712~1791)이 권철신(權哲身)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 독서는 모름지기 의심이 있어야 합니다. 의심이 있은 뒤라야 학업에 나아갈 수가 있지요. 주자께서는 “책을 읽으면서 크게 의심하면 크게 진보한다.”고 하셨고, 또 “처음 읽을 때는 의심이 없다가 그다음에 점점 의심이 생기고, 중간에는 구절마다 의심이 들게 된다. 이런 것을 한 차례 거친 뒤에야 의심이 점차 풀어지고 두루 꿰어 하나로 통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독서의 일대 단안(斷案)이니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대저 성현의 말씀은 모두 평이명백(平易明白)하므로, 깊이 탐구하려다 스스로 의심과 혼란 속에 얽혀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퇴계 선생께서도 말씀.. 더보기
공부의 칼끝 7. 찬승달초 공부의 칼끝 7. 찬승달초(讚勝撻楚) 칭찬이 매질보다 훨씬 더 낫다 백광훈(白光勳; 1537~1582)은 아내와 자식들을 고향에 두고 서울에서 혼자 자취 생활을 했다. 그가 자식에게 보낸 24통이 문집에 실려 있다. 편지 중에 특별히 내 눈길을 끈 것은 형남(亨南)과 진남(振南) 두 아들에게 막내 홍남(興南)이의 교육을 당부한 대목이다. 45세 때인 1581년에 쓴 편지에서는 “흥남이도 공부를 권유하되 마구 힐책하지는 마라. 향학의 마음이 절로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했고, 다른 편지에서도 “흥남이는 늘 잘 보살피고 북돋워 일깨워서 저저로 배움을 좋아하는 마음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절대로 나무라거나 책망해서 분발함이 없게 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서울에서 머무느라 어린 막내에게 사랑과 훈도를 베.. 더보기
공부의 칼끝 6. 오서오능 공부의 칼끝 6. 오서오능(鼯鼠五能) : 균형 잡힌 안목으로 핵심 역량을 길러라 여러 가지를 조금씩 잘하는 것은 한 가지에 집중하느니만 못하다. 날다람쥐는 다섯 가지 재주가 있어도 기술을 이루지는 못한다. 『안씨가훈(顔氏家訓)『에 인용된 말이다. 공영달(孔穎達)은 이렇게 풀이한다. "날 줄 알지만 지붕은 못 넘고, 나무를 올라도 타넘지는 못한다. 수영은 해도 골짜기는 못 건너고, 굴을 파지만 제 몸은 못 감춘다. 달릴 줄 알아도 사람을 앞지를 수는 없다." 오서오능(鼯鼠五能), 즉 날다람쥐의 다섯 가지 재주는 이것저것 하기는 해도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팔방미인(八方美人)과 비슷하다. 누고재(螻蛄才)란 말도 쓴다. 누고(螻蛄)는 땅강아지다. 땅강아지도 날다람쥐의 다섯 가지.. 더보기
전박사의 독서경영 - <부자탄생> 전박사의 독서경영 - 에서 배우는 독서경영 저자 : 박종기 출판사 : 청림출판 이 책은 ‘가장 빨리 돈을 불리는 재테크 비법’이란 부제가 있다. 전작인 에 이어 공 대리라는 주인공을 통해 어떻게 하면 가장 빨리 내 돈을 불릴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3대 경제적 고충인 내 집 마련, 자녀교육, 그리고 노후준비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방법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고 있다. 이 책은 공대리가 매달 20만 원씩 적금하기 시작해 3천만을 찾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공 대리와 아내 은미는 어렵게 모은 종자돈으로 원 없이 쇼핑을 하게 되었고, 한 달 후 553만 원을 결제하라는 신용카드 명세서를 받아들고 정신을 차리는 듯했다. 하지만 정.. 더보기
공부의 칼끝 5. 상동구이 공부의 칼끝 5. 상동구이(尙同求異) : 같음을 숭상하되 다름을 추구한다 한신(韓信)의 배수진(背水陣)은 말도 안 되는 병법이었다. 그런데 이겼다. 부하 장수들이 이기고도 어째서 이겼는지 몰라 얼떨떨해했다. 임진왜란 때 신립(申砬)이 그대로 따라 했다. 그런데도 졌다. 왜 그랬을까? 같되 달라야 한다는 상동구이(尙同求異)의 정신을 몰랐기 때문이다. 같음을 숭상하되 다름을 추구한다. 결과가 같아도 과정마저 같을 수는 없다. 남이 돈 번 주식은 내가 사는 순간 빠지기 시작한다. 같아지려면 다르게 해라. 달라야 같다. 손빈(孫賓)이 방연(龐涓)의 계략에 말려 발뒤꿈치를 베였다. 병신이 된 그는 제나라로 달아났다. 방연의 위나라가 한(韓)나라를 공격했다. 한나라는 합종의 약속에 따라 제나라에 구원을 청했다. 손.. 더보기
공부의 칼끝 4. 소년등과 공부의 칼끝 4. 소년등과(少年登科) : 젊은 날의 출세는 큰 불행의 시작 옛사람은 사람의 세 가지 불행을 이렇게 꼽았다. 첫째가 소년등과(少年登科)다. 너무 일찍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이제 내려올 일만 남았는데 남은 날이 너무 길다. 소년등과가 나쁘다기보다, 너무 이른 성취로 학업을 폐하여 더 이상의 진취가 없게 됨을 경계했다. 둘째는 부형(父兄)의 형세에 기대 좋은 벼슬에 오름이다. 애쓰지 않고 남이 못 가진 것을 누리다 보니, 그 위치가 얼마나 귀하고 어려운 자리인지 몰라 함부로 굴다가 제풀에 무너진다. 셋째는 재주가 높고 문장마저 능한 것이다. 거칠 것이 없고 꿀릴 데가 없다. 실패를 모르고 득의양양하다가 한순간에 나락에 굴러 떨어진다. 어찌 살피고 삼가지 않겠는가? 이 세 가지는 누구나.. 더보기
공부의 칼끝 3. 피지상심 공부의 칼끝 3. 피지상심(披枝傷心) : 곁가지를 쳐 내면 속줄기가 상한다 어떤 사람이 과일 나무를 촘촘하게 심었다. 곁에서 말했다. “그렇게 빼곡하게 심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소.” 그가 대답했다. “처음에 빼곡하게 심어야 가지가 많지 않습니다. 가지가 적어야 나무가 잘 크지요. 점점 자라기를 기다려 발육이 나쁜 것을 솎아 내서 간격을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하면 나무도 오래 살고 열매가 많습니다. 게다가 목재로 쓰는 이로움도 있지요. 어려서 가지가 많은 나무는 자라 봤자 높게 크지 못합니다. 그제서 곁가지를 잘라내면 병충해가 생겨 나무가 말라 죽고 맙니다.” 성호(星湖) 이익((李瀷; 1681~1763)의 『성호사설』에 나오는 얘기다. 피지상심(披枝傷心)은 가지를 꺾으면 나무의 속이 상한다는 뜻이다... 더보기
공부의 칼끝 2. 십년유성 공부의 칼끝 2. 십년유성(十年有成) : 십 년은 몰두해야 성취를 이룰 수 있다 남계우(1811-1890)는 나비 그림을 잘 그려 남나비라는 별명으로 더 알려졌다. 그의 집은 도성 안 당기지골(현 한국은행 뒤편)에 있었다. 집에 날아든 나비를 평상복 차림으로 동대문 밖까지 쫓아가 기어이 잡아서 돌아왔다는 일화도 있다. 그는 수백 수천마리의 나비를 잡아 책갈피에 끼워놓고 그림을 그렸다. 실물을 유리에 대고, 그 위에 종이를 얹어 유지탄(柳枝炭)으로 윤곽을 그린 후 채색을 더했다. 노란색은 금가루를 쓰고, 흰색은 진주가루를 사용했다. 그의 그림은 워낙 정확해서 나비학자 석주명은 무려 37종의 나비를 암수까지 구분해 낼 수 있었다. 위당 정인보 선생이 석주명이 소장하고 있던 남계우의 나비그림 10폭 병풍을 감.. 더보기
공부의 칼끝 1. 자지자기 공부의 칼끝 1. 자지자기(自止自棄) : 제풀에 멈추면 성취가 없다 노수신(盧守愼·1515~1590)이 임금에게 먼저 뜻을 세울 것을 청한 '청선입지소(請先立志疏)'의 한 대목. "대저 뜻이란 기운을 통솔하는 장수입니다. 뜻이 있는 곳이면 기운이 반드시 함께 옵니다. 발분하여 용맹을 다하고, 신속하게 떨쳐 일어나는 것은 힘을 쏟아야 할 곳이 있습니다. 산에 오르면서 꼭대기에 뜻을 두지 않는다면, 이것은 스스로 그치는 것(自止)이 됩니다. 우물을 파면서 샘물이 솟는 것에 뜻을 두지 않는다면 이것은 스스로 포기하는 것(自棄)이 됩니다. 하물며 성현과 대덕(大德)이 되려면서 뜻을 세우지 않고 무엇으로 하겠습니까?" 등산은 정상에 오를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밟아 올라간다. 우물은 차고 단물을 얻을 때까지 파고.. 더보기
마음의 표정 25. 설니홍조 마음의 표정 25. 설니홍조(雪泥鴻爪) : 눈 진흙 위에 난 기러기의 발자국 송나라때 소식(蘇軾)이 지은 「아우 소철(蘇轍)이 민지(澠池)에서의 예일을 회상하며 쓴 싱에 화답하여(和子由澠池懷舊)」란 시다, “인생길 이르는 곳 무엇과 비슷한가, 기러기가 눈 진흙을 밟는 것과 흡사 하네. 진흙위에 우연히 발자국 남았어도 날아가면 어이 다시 동서를 헤아리랴. 노승은 이미 죽어 새 탑이 되어 섰고 벽 무너져 전에 쓴 시 찾아볼 길이 없네. 지난날 험하던 길 여태 기억나는가? 길은 멀고 사람은 지쳐 노새마저 울어 댔지.” 시의 뜻은 이렇다, 사람의 한생은 기러기가 눈 쌓인 진흙밭에 잠간 내려앉아 발자국 남기는 것과 같다, 기러기는 다시금 후루룩 날아갔다, 어디로 갔는가 알 수가 없다, 예전에 우리 형제가 이곳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