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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

천도시야비야(天道是耶非耶)

천도시야비야(天道是耶非耶) - 《『司馬遷』「史記 백이열전」》

하늘의 도는 옳은가 그른가

 

  천도시야비야(天道是耶非耶)는 천도, 즉 하늘의 이치가 옳은지 그른지 헷갈린다는 의미로 얄궂은 세상 이치를 한탄하는 말이다.

 

  『司馬遷』「史記 백이열전」에 나오는 글로, 삶의 정도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이 벌을 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별 탈 없이 살기도 하는 불공정한 세태를 비판하는 글이다.

 

  사마천은 공자의 제자 안연과 극악무도한 도적으로 알려진 도척을 예로 들었다. 청빈한 삶 속에서 스승의 말씀을 거역하지 않고 학문의 즐거움을 몸소 실천하여 현자로 불린 안연은 이른 나이에 요절한 반면, 사람의 간을 회로 먹고 온갖 몹쓸 짓을 한 도척은 천수를 누리는 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사마천 자신이 사관으로서 나름의 소명 의식을 갖고 살았지만, 친구를 변호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궁형이라는 치욕을 겪었던 일에 대한 호소이기도 하다. 사마천은 이런 현실이 안타까워하며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하늘의 이치는 사사로움이 없어 항상 착한 사람과 함께한다.’ 백이와 숙제는 착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들은 이처럼 어진 덕망을 쌓고 행실을 깨끗하게 하였건만 굶어 죽었다. …… 하는 일이 올바르지 않고 법령을 금지하는 일만을 일삼으면서도 한평생 호강하고 즐겁게 살며 대대로 부귀가 이어지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걸음 한 번 내딛을 때도 땅을 가려서 딛고, 말을 할 때도 알맞은 때를 기다려 하며, 길을 갈 때는 작은 길로 가지 않고, 공평하고 바른 일이 아니면 떨쳐 일어나서 하지 않은데도 재앙을 만나는 사람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사실은 나를 매우 당혹스럽게 한다. 만약 이러한 것이 하늘의 도라면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儻所謂天道 是邪非邪)”

 

  사마천의 푸념은 200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에도 새삼스럽지 않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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