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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

주위상계(走爲上計)

주위상계(走爲上計) - 《『제서(齊書)』「왕경칙전(王敬則傳)」》

달아나는 게 좋은 계책이다

 

  주위상계(走爲上計)는 강적을 만나거나 곤경에 처했을 때 맞대응하는 것보다는 회피하거나 떠나 버리는 것이 좋겠다는 뜻으로 주위상책(走爲上策)이라고도 한다.

 

  『제서(齊書)』「왕경칙전(王敬則傳)」에 나오는 말로, 남북조시대 제나라의 5대 황제인 명제(明帝)는 고제(高帝) 유유(劉裕)의 종질이다. 그는 천명에 따라 황제가 된 것이 아니라 고제의 증손자인 3, 4대 황제를 시해하고 그 자리를 찬탈한 것이었다. 그는 즉위한 뒤 고제의 직계혈통을 살해하고 자기 생각을 거스르는 자는 모두 사형시켰다.

 

  명제의 포악한 행위가 계속되자 고제의 옛 신하 중 불안에 떨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 중에서도 제나라의 개국 공신으로서 대사마이자 회계태수로 있던 왕경칙의 불안은 더했다. 명제도 왕경칙을 비롯한 고제의 옛 신하들이 늘 마음에 걸렸다.

  왕경칙은 명제가 자기를 없애려고 한다는 것을 눈치 채고 먼저 병사 만 명을 이끌고 수도 건강과 흥성성을 점령하려 했다. 명제에 대한 불만이 컸던지라 병력은 삽시간에 10만 명으로 늘었다.

 

  그때 병석에 누워 있는 명제 대신 정사를 살피고 있던 태자 소보권은 왕경칙과 싸워서 졌다는 보고를 받자 달아날 준비를 했다. 이를 전해들은 왕경칙은 이렇게 말했다.

  “단공(檀公)의 서른여섯 가지 계책 중 달아나는 게 좋은 계책이라고 했다. 너희 부자에게는 오직 급히 달아나는 것밖에 없다(檀公三十六策, 走是上計, 汝父子唯應急走耳).

  단공은 위진 남북조 시대 송나라 무제(武帝)의 건국을 도운 단도제(檀道濟) 장군으로, 북위와 싸울 때 달아나는 것을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이런 호기에도 불구하고 왕경칙은 관군에 포위당하여 죽었으니, 피해야 할 사람은 도리어 자신이 아니었을까?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일1독, 김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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