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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

감어지수(鑑於止水)

감어지수(鑑於止水) - 《『莊子』「덕충부(德充符) 

멈춰 있는 물에 비춰 보다

 

  감어지수(鑑於止水)는 흔들림이 없는 물에 비춰 본다는 뜻입니다.

 

  『莊子』「덕충부(德充符) 편에 나오는 글로, 노나라에 형벌로 한쪽 발이 잘린 왕태라는 불구자가 있었다. 그는 덕망이 매우 높아서 그를 따라 배우는 이가 공자의 제자만큼 많을 정도였다. 노나라 현자 상계(常季)가 공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왕태는 왼발이입니다. 그런데 그를 따르는 이가 선생님의 제자와 노나라 인구를 나눌 정도입니다. 서서 가르치지도 않고 앉아서 의논하지도 않는데 빈 마음으로 찾아가면 꽉 채워서 돌아옵니다. 본래 말 없는 가르침(不言之敎)라는 게 있어서 형체가 없어도 마음으로 이룬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그는 어떤 사람입니까?”

 

  공자는 이에 그는 성인이라고 하면서 자신은 그를 스승으로 삼고 온 천하 사람들을 이끌고 가서 따르고자 한다고 말했다. 상계는 왕태가 스스로 수양하여 마음속으로 본심을 터득했을 뿐인데, 왜 세상 사람들이 그에게 모여드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다. 공자의 답은 이러했다.

  “사람이란 흐르는 물을 거울로 삼지 말고 멈춰 있는 물로 거울로 삼아야 하니, 오직 멈춰 있어야 모든 것을 멈춰 있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人莫鑑於流水, 而鑑於止水, 唯止能止衆止)”

 

  공자의 말은 지수(止水)’, 즉 정지되어 가라앉은 물만이 비출 수 있듯이 왕태는 사람들을 일부러 불러 모으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상심(常心)을 얻은 자는 사물을 흔들림 없이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1, 김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