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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

돈견(豚犬)

돈견(豚犬) - 《『십팔사략』「동한(東漢)」》

돼지와 개

 

  돈견(豚犬)는 돼지와 개라는 뜻으로 어리석은 자식 혹은 자기 자식을 겸칭하여 쓰는 말이다. 돈자(豚子), 돈독(豚犢)과 같은 말이며 돈견지재(豚犬之才)라고도 한다.

 

중국 고대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십팔사략 동한(東漢) 편에 나오는 글이다.

 

  삼국시대 위오가 자웅을 겨루던 때, 오나라 손권에게는 수군도독 주유와 그 휘하의 맹장 황개가 있었다. 황개는 강인한 성품을 지녔으며 병사들을 잘 보살피고 전략과 전술에도 뛰어난 장수였다.

  208년 유명한 적벽대전에서 황개는 주유를 수행하여 조조군과 싸우게 되었다. 조조의 군사들은 북쪽 장강에서 등나무로 배들을 묶어 두고 있었다. 황개는 주유에게 화공(火攻)을 제안하여 공격용 쾌선과 전투함 열 척에 마른풀과 마른 나무를 싣고 기름을 부은 뒤 휘장을 씌웠다. 그러고 나서 깃발을 세워 재빨리 달릴 수 있는 작은 배를 준비하여 뒤쪽에 매었다. 황개는 먼저 조조에게 편지를 보내 거짓으로 항복한다고 했다. 그때 동남풍이 거세게 불었다. 황개는 배 열 척을 앞세우고 강 중앙에서 돛을 세워 나머지 배와 함께 나아갔다. 이를 본 조조의 군사는 모두 황개가 항복한다고 여겼다.

 

  조조의 군대에서 2리쯤 떨어진 곳까지 오자 황개는 동시에 불을 놓았다. 불이 타오르자 바람이 강하여 배가 화살처럼 나가 조조군의 배를 모두 불태웠다. 오나라와 촉나라 연합군이 정예병을 인솔하여 우레같이 북을 치며 진격하니 조조는 대패할 수밖에 없었다. 조조는 탄식하며 말했다.

  “아들을 낳으면 마땅히 손중모(손권) 같아야 한다. 지난날 항복한 유경승은 개돼지에 지나지 않았다.(生子當如孫仲謀, 劉景升兒子若豚犬耳)”(三國志』「오주전(吳主傳))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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