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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

마음의 표정 5. 관물찰리

마음의 표정 5. 관물찰리(觀物察理) : 사물을 보아 이치를 살핀다


  공주에서 나는 밀초는 뛰어난 품질로 유명했다. 정결하고 투명해서 사람들이 보배로운 구슬처럼 아꼈다. 홍길주(洪吉周; 1786~1841)가 그 공주 밀초를 선물로 받았다. 그런데 불빛이 영 어두워 평소 알던 품질이 아니었다. 살펴보니 다른 것은 다 훌륭했는데, 심지가 거칠어서 불빛이 어둡고 흐렸던 거였다. 그는 『수여연필(睡餘演筆)』에서 이 일을 적고 나서 이렇게 덧붙였다.

  마음이 거친 사람은 비록 좋은 재료와 도구를 지녔다 해도 사물을 제대로 관찰할 수가 없다.


  밀초의 질 좋은 재료는 그 사람의 집안이나 배경이라면, 심지는 마음에 견준다. 아무리 똑똑하고 배경 좋고 능력이 있어도, 심지가 제대로 박혀 있지 않으면 밝은 빛을 못 낸다. 겉만 번드르한 헛똑똑이들이다.


  사물 속에 무궁한 이치가 담겨 있다. 듣고도 못 듣고, 보고도 못 보는 뜻을 잘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옛 사람들은 관물(觀物)이라고 했다. 사물에 깃든 이치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은 찰리(察理)다.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고, 마음을 넘어 이치로 읽을 것을 주문했다.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_『일침(一針)』, 정민,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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