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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

대국자하류(大國者下流) - 『도덕경』

대국자하류(大國者下流) - 『도덕경』 
“하류(下流)가 정답이다”

  
  우리는 늘 상류사회에 편입되기를 꿈꿉니다. 강물로 치면 하류보다는 상류에 있기를 바라는 것이 인간의 욕망입니다. 더 좋은 것 먹고, 더 좋은 차 타고, 더 좋은 곳에서 사는 것이 성공인 세상입니다. 상류사회에 입성하려고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노자 《도덕경》에서는 우리가 늘 꿈꾸는 상류(上流)는 인간의 헛된 욕망이 빚어낸 신기루 같은 것일 수 있다면서 오히려 아래로 흐르는 하류(下流)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말 큰 나라는 하류(下流)여야 한다. 그래야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마치 천하의 어머니와 같다. 어머니는 항상 고요함으로써 수컷을 이긴다.” 

  우리는 상류가 되기보다는 하류가 되어야 합니다. 어깨를 으스대는 남성성보다는 낮춤의 여성성이 더 위대한 삶의 모습입니다. 군림하려고만 들고,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데 익숙하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화두입니다.  

  노자는 이 ‘낮춤’이라는 화두를 통해 새로운 성찰을 말합니다. “강물과 바다가 백곡의 왕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아래로 흐르기 때문이다. 남보다 위에 있으려고 한다면 반드시 상대방보다 낮추어야 한다. 상대방보다 먼저 있으려고 한다면 반드시 몸은 뒤에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 있어도 사람들이 무거워하지 않고, 앞에 있어도 사람들이 해롭다고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그를 앞세우고도 싫어하지 않는다.”

  대국자하류(大國者下流) : 큰 나라는 하류여야 한다. 
  천하지교(天下之交) : 그래야 천하의 모든 사람이 모여든다.
 
  낮추어야 결국 살아남을 수 있다는 하류의 철학은 난세에 더욱 가슴 깊이 다가오는 화두 같습니다. '군림하려 하지 마라! 그것이 진정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상류보다 하류가 한 수 위라는 노자의 성찰입니다. 
 
  “상류가 하류처럼 살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 박재희의 <3분 고전_인생의 내공이 쌓이는 시간;  역발상의 미학>,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