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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

혼돈(混沌) - 『장자(莊子)』

혼돈(混沌) - 『장자(莊子)』 
“혼돈이 질서보다 아름다운 이유” 

 

  우리는 혼돈(混沌, chaos)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무질서(disorder),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고 표현되는 '혼돈'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을 가리킬 때 쓰이지요,
  《장자》 <응제왕> 마지막 부분에 이 혼돈이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남해의 왕인 숙(儵)과 북해의 왕인 홀(忽)은 자주 중앙 혼돈의 땅에 가서 서로 만났는데, 혼돈은 그들을 매우 잘 대접해주었다. 숙과 홀은 혼돈의 덕에 보답하려고 의논을 하였다. 사람들은 모두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 쉰다고 하는데 혼돈은 구멍이 없으니, 우리가 구멍을 뚫어 보답하기로 하고 날마다 한 개씩 구멍을 뚫어주었다. 그렇게 7일째 되는 날 혼돈의 몸에 일곱 개의 구멍이 뚫리며 죽어버렸다.” 혼돈은 원래 구멍이 없었는데, 주변에서 좋은 의도로 뚫은 구멍 때문에 결국 죽어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질서와 합리성보다 어쩌면 무질서와 혼돈의 모호성에서 더 큰 생명력을 볼 수 있다는 역설의 장자의 철학입니다.
 
  인개유칠 규이시청식식(人皆有七 竅以視聽食息) : 사람들은 일곱 개의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쉰다.
  차독무유(此獨無有) : 그런데 혼돈은 이 구멍이 없다.
  일착일규(日鑿一竅) : 그래서 혼돈에게 날마다 한 개씩 구멍을 뚫어주었고,
  칠일이혼돈사(七日而混沌死) : 7일 만에 혼돈은 죽어버렸다.
 
  어쩌면 질서보다는 무질서 속에서 더욱 예쁜 꽃이 피고, 순종보다는 잡종이 훨씬 건강하고,  확실함보다는 혼돈 속에서 더욱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혼돈의 역설, 질서와 줄서기만을 강요하는 작금의 시대에 한 번 쯤 생각해 보아야 할 주제입니다.
 
  "혼돈의 인생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 박재희의 <3분 고전_인생의 내공이 쌓이는 시간; 역발상의 미학>,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