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비(天地否) - 《周易》
“군자는 물러나고 소인만 득실하다!”
어떤 조직이든 소통(疏通)이 중요합니다. 가정에서 부모와 지식들이 서로 소통하면 화목한 가정을 이룰 수 있고, 온 국민이 소통하면 국가는 부국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소통의 부재 시대라고 이야기합니다. 정부와 국민, 도시와 농촌, 경영자와 근로자 모두 소통이 막혀 있다는 것이지요.
소통과 관련하여 가장 적극적인 해석을 하고 있는 동양 고전은 《周易》입니다. 《周易》은 소통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周易》의 64괘를 보면, 얼마나 通하고 있느냐에 따라 조직의 흥망이 교차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周易》에서 최악의 소통을 나타내는 괘를 꼽으라면 12번째 비(否)괘입니다. 천지비(天地否)괘(卦)는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적으로 보입니다.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 있으니 당연히 안정적으로 보이지요. 그러나 하늘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 향하여 자신만 옳다 하며 군림하려 하고, 땅은 자신아 잘났다고 아래로 향해 등을 돌리고 있으니, 상하가 서로 교류하지 못하고 있는 형상입니다. 서로 등을 지고 해볼 테면 해보라고 하는 갈등과 반목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조직은 폐색(閉塞)되고 소통은 단절됩니다.
《周易》의 비(否)괘에 대한 설명은 이렇습니다. “비괘는 가장 비인간적인 형상이다. 하늘과 땅이 서로 교류하지 못하니 만물이 불통이다. 상하의 교류가 안 되고 있으니 하늘 아래 제대로 나라가 존재하지 못한다. 소인들만 중앙에 득실거리고 훌륭한 군자들은 밖에 머물러 있다. 소인들의 도는 날로 자라고 군자들의 도는 날로 소멸되어간다.”
천지비(天地否) : 하늘과 땅이 막혔구나!
천지불교이만물(天地不交而萬物) : 하늘과 땅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니,
불통야(不通也) : 만물이 불통이로다!
고대 제왕들의 가장 중요한 리더십은 바로 소통(疏通)이었습니다. 소통은 명령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강요한다고 되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낮은 곳으로 임하는 지도자의 자세에서 하늘처럼 믿고 따르는 백성들의 자발적인 소통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주역》의 원리가 變에 있다는 것입니다. 상황은 늘 변한다는 것인데요. 당장은 막혀 있지만 결국 소통이 될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불통(不通)은 결국 소통(疏通)으로 변합니다.”
- 박재희의 <3분 고전_인생의 내공이 쌓이는 시간; 역경이 경쟁력이다>, 김영사
'전형구 교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절차탁마(切磋琢磨) - 《시경(詩經)》 (0) | 2025.05.16 |
---|---|
무중생유(無中生有) - 《三十六計》 (0) | 2025.05.15 |
견위구명(見危授命) - 《論語》 (0) | 2025.05.13 |
차시환혼(借屍還魂) - 《삼십육계(三十六計)》 (0) | 2025.05.09 |
고육계(苦肉計) - 《삼십육계(三十六計)》 (0) | 2025.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