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시환혼(借屍還魂) - 《삼십육계(三十六計)》
“남의 시신을 빌려 다시 살아나라!”
겉으로는 보잘것없는 모습이라도 그 정신과 영혼이 아름다우면 그것이 진정 아름다움입니다. ‘차시환혼(借屍還魂)’은 이런 의미로 자주 사용되는 전략입니다. 차시환혼의 병법은 내 육신이 없어지고, 영혼만 남았을 때 죽은 다른 사람의 시체라도 빌려서 다시 환생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육신을 빌려 환생했다는 어느 도사의 고사에서 유래했습니다.
옛날 이현이라는 도사가 있었는데 워낙 도력이 높아 누구나 보면 신선 같은 풍모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우아한 육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인간계와 선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는데, 어느 날 잠시 육체를 떠난 영혼이 신선이 있는 하늘로 올라갔다가 7일 만에 다시 돌아와 보니 자신의 아름다웠던 육신이 다른 사람들 손에 불태워 없어진 후였습니다. 자신의 우아한 육신을 잃어버리고 고민하던 그 도사의 혼은 마침 길거리에 죽어 있는 거지의 시신을 발견하고 그 몸속으로 들어가 인간으로 다시 환생했다고 합니다.
새로운 현실을 거부하고 지나간 시절만 생각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없습니다. 비록 별 볼일 없는 육신이라도 그 안에 내 정신이 깃든다면 그 몸은 더는 천한 육신이 아닙니다. 세상에 고정된 모습이란 없습니다. 다가온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여 내 모습을 바꿀 줄 아는 사람만이 인생을 계속 살아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육체를 가졌느냐가 아니라 어떤 정신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차시환혼(借屍還魂) : 남의 시신을 빌려 내 영혼을 살려라!
경제현실이 만만치 않다고들 합니다. 실직하거나 몸담고 있는 조직이 와해될 때 툴툴 털고 다른 조직, 다른 직책을 찾아 새롭게 자신의 영혼을 되살릴 수 있다면 차시환혼의 전략이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차시환혼(借屍還魂)!, 어떤 몸을 빌려서라도 내 영혼을 살려라!’ 힘든 현실에 더욱 가슴에 와 닿는 병법입니다.
“어디에 있든 나 아닌 것이 없습니다.”
- 박재희의 <3분 고전_인생의 내공이 쌓이는 시간; 역경이 경쟁력이다>,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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