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불인(天地不仁) - 『도덕경』
“사랑이라 이름으로 간섭하지 말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간섭하고 자신의 의도를 강요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나의 간섭과 강요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면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도덕경》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간섭하지 말라고 하면서 '천지불인'이란 개념을 제시합니다. '하늘(天과) 땅(地)은 어질(仁)지 않다(不)'는 말로 저 하늘과 땅은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에 대하여 사랑이란 이름으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랑이 의도되는 순간, 사랑에 대한 반응을 요구하게 됩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니까 당신도 나를 사랑하라는 것은 구속일 뿐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노자는 이런 자연의 원리를 인간이 배워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편 ‘천지불인’은 지도자가 인(仁)을 잘못 사용하면 속박과 간섭이 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지도자는 사랑하고 배려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지나쳐 규칙 속에 속박시키고, 개인의 의지는 무시한 채 오로지 지도자 자신이 믿는 가치만 강요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부모와 자식 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과 배려가 왜곡된 강요와 간섭은 인간의 존엄을 짓밟을 수도 있습니다.
성인불인,(聖人不仁), 이백성위추구(以百姓爲芻狗) : 성인은 의도를 드러내지 않는다. 백성들을 풀강아지 정도로 생각한다.
하늘과 땅이 그저 만물을 있는 그대로 볼 뿐 간섭하지 않는 것처럼, 때로는 있는 그대로 놔두는 것도 사랑입니다. 노자의 이 구절은 사랑과 강요가 불분명하게 혼재된 이 시대에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이야기입니다.
“가만히 지켜만 보는 것도 사랑입니다.”
- 박재희의 <3분 고전1_내 인생을 바꾸는 모멘텀>
'전형구 교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필작어세(必作於細) - 『도덕경』 (0) | 2025.02.06 |
---|---|
태상유지(太上有之) - 『도덕경』 (0) | 2025.02.05 |
천장지구(天長地久) - 『도덕경』 (0) | 2025.01.31 |
이용(利用) - 『도덕경』 (0) | 2025.01.24 |
위도일손(爲道日損) - 『도덕경』 (0) | 2025.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