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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

천만매린_그들이 당신을 소중한 이웃으로 생각하게 만들어라

12. 천만매린(千萬買隣) : 그들이 당신을 소중한 이웃으로 생각하게 만들어라

 

“박수칠 때 떠나지 않아도 되는 법”

 

  주변 사람들의 질투와 시기를 부르지 않기 위해서는 박수칠 때 떠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일까? 진정 붉은 꽃의 아름다움을 더 길게 연장시키고, 항룡이 민심의 보필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춘추 전국 시대를 통틀어 가히 서바이벌 처신의 최고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는 가후의 삶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거의 모든 모략과 배신, 권모술수, 권력의 이합집산이 난무했던 난세의 시절에 80세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수를 누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후의 처신이 당대 최고의 반열에 올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가후의 일대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은 그가 끊임없이 자신이 모셨던 주군을 바꾸어 왔다는 사실이다. 그는 동탁에서 출발해 이각과 곽사로 옮겨갔고, 이후 단외와 장수를 자신의 주군으로 섬겼다. 이후 조조로 갈아타더니 조조의 아들인 조비와 조예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몸 둘 곳’을 바꾸어 가면서 생명력을 이어 갔다. 《삼국지》의 시작이 동탁이고, 그 끄트머리 지점이 조예라는 점에서 가후는 《삼국지》의 ‘알파와 오메가’를 연결하는 통로였던 셈이다.

 

  오늘날의 현실에서도 가후와 비슷한 직장인이 있다. 같은 회사를 세 번이나 퇴사하고 다시 세 번을 재입사한 전설 같은 존재의 직장인이다. 한 번 정도야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무려 세 번이나 같은 회사를 나오고 들어갔다는 사실은 여러 번 주군을 바꾸었던 가후에 비견할 만하다.

 

  우리가 가후와 전설의 직장인에게서 배워야 할 점은 그들이 ‘오래 생존했다’는 것이 아니라, ‘오래 생존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것도 감수했다’는 점이다. 그들은 생존이 우선시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타인의 박수를 받으면서도 질투를 부르지 않는 것, 항룡이 되어서도 개천으로 떨어지지 않는 방법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의 생존에 포커스를 맞추어 행동하면서 타인의 두려움을 해결해 주는 것, 이렇게 하면 민심과 보필이 함께할 것이며 모든 사람들이 먼저 나가서 당신의 그 붉은 아름다움을 지켜주고 싶어 할 것이다.

 

- 이남훈 저, 『처신』 「2장 자충수(自充手) : 최소한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