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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

정저지와(井底之蛙) - 『장자(莊子)』

정저지와(井底之蛙) - 『장자(莊子)』
“황하의 신(神) 하백(河伯)의 깨달음”

 

  내가 보는 세상이 가장 크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가장 위대하고, 내가 살고 있는 시간이 가장 빠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장자가 말하는 일명 ‘우물 안의 개구리’, 정저지와(井底之蛙)입니다. 우물 속에서 보는 하늘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진짜 하늘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어느 날 황하의 신 하백(河伯)이 물이 불어나서 끝없이 펼쳐진 것을 보고 무척 흡족했답니다. 그런데 바다를 만나보고는 경악했습니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크다는 생각이 무너진 겁니다. 
  바다를 지키는 신 약(若)은 하백에게 세 가지 이야기를 해줍니다. “우물 속에 있는 개구리에게는 바다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 그 개구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우물이라는 공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한 계절만 살다 가는 여름 곤충에게는 찬 얼음을 설명해줄 수가 없다. 그 곤충은 자신이 사는 여름이라는 시간만 고집하기 때문이다. 편협한 지식인에게는 진정한 도의 세계를 설명해줄 수 없다. 그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가르침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장자는 이 고사를 통해 세 가지 집착과 한계를 파괴하라고 충고합니다. 첫째, 자신이 속해 있는 공간(space)을 파괴하라! 둘째, 자신이 살아가는 시간(time)을 파괴하라! 셋째,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knowledge)을 파괴하라! 
  우물 안의개구리는 공간에 구속되어 있고, 여름 벌레는 시간에 걸려 있고, 지식인은 지식의 그물에 걸려 있다는 것입니다.
  
  정와불가 이어해(井蛙不可 以語海),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는 바다를 말해 줄 수 없다.
 
  돌아보면 우리도 이 세 가지 그물에 걸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량한 학벌과 지식으로 어느 누구의 말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 지식의 그물, 좁은 회사와 연줄에 얽혀 있는 공간의 그물,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고 멀리 내다볼 줄 모르는 시간의 그물, 이 얽힌 그물들을 걷어내지 않는다면 진정한 승자가 되기 어렵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내가 보는 하늘만 옳다고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이 보는 하늘도 인정하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우물 속에서 나와 저 넓은 하늘과 바다를 만나야 합니다.”

- 박재희의 <3분 고전_인생의 내공이 쌓이는 시간; 변화와 혁신>,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