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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전형구의 독서경영

전박사의 독서경영 -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전박사의 독서경영 -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에서 배우는 독서경영

 

  저자 : 박영규             출판사 : 더난콘텐츠

  “글로벌 기업들은 왜 도덕경에서 혁신을 배우는가?”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실리콘밸리를 이끌어가는 CEO들의 경영이념 속애서 《도덕경》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고 그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 사회의 리더들에게 지혜와 연감을 주고 있다. 애플과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스페이스엑스, 오라클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7대 기업의 창업 과정과 제품 개발, CEO들의 리더십에 얽힌 에피소드를 중점적으로 다뤘으며 그 외에도 IBM, 휴렛팩커드, 인텔, 넷스케이푸 등 실리콘밸리 태동 초기의주요 기업들도 상당 부분 소개하고 있다.  

  노자의 도(道)란 자신을 낮추고 드러내지 않는 무위의 지혜로, 노자의 도를 담아낸 《도덕경》은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국가 통치자들에게 유위 대신 무위를, 크고 많은 것 대신 작고 적은 것을, 소유 대신 무소유를 삶의 지침으로 삼아 끊임없이 혁신하라고 주문한 불멸의 고전이다. 
  이 책은 《도덕경》 1장부터 81장까지의 원문과 해설을 담은 책으로,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편은 “도경(道經)”을 주제로 1장부터 37장까지의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하편은 “덕경(經德)”으로 38장부터 81장까지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자칫 뜬구름 잡는 듯한 내용을 입체적이고 현실감 있게 이해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의 경영철학과 함께 소개해주고 있다.

  《도덕경》을 처음 접하면 무척 난해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로 시작되는 문장 자체가 워낙에 뜬구름 잡는 소리인지라 마음먹고 책을 잡았다가도 금세 읽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책은 그 경험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을 창업하고 성장시켰던 CEO들의 경영 철학과 행적을 따라가면서 《도덕경》 원문 전체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노자 사상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이 책을 썼다. 본문 해설에서는 기업가들의 창업 배경이나 생애, 제품 개발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다뤘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하는 도(道)의 본말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가는 CEO들의 리더십과 혁신이라는 과녁을 정통으로 꿰뚫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머리말> 중에서

  기업의 도는 무엇일까? 끊임없는 혁신이다. 도라고 일컬을 수 있는 것은 도가 아니듯이 혁신이라 일컬을 수 있는 것은 이미 혁신이 아니다.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은 기업이 내놓은 후속 제품이 자사의 기존 제품 점유율을 갉아먹는 현상을 가리킨다. 동족 살인을 뜻하는 카니발리즘에서 유래했다.
  카니발리제이션을 두려워하면 혁신도 성공할 수 없다. 자기 살을 스스로 먹어치우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남에게 먹히고 말 것이다. 카니발리제이션이 두려워 과거에 머무른 기업은 실패했고, 카니발리제이션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살을 스스로 먹어치운 기업들은 성공했다. 과거의 명성에 집착하면 혁신할 수 없다. 과거의 이름은 이미 불린 이름이므로 도가 아니다. 거기에는 혁신이 없다. 미래가 없다. - <혁신에는 경계가 없다_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중에서

  구글은 작은 검색창 하나를 무심히 던져놓았다. 그 안과 밖은 모두 텅 비어 있다. 검색창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도 없다. 이름도 없다. 검색창은 선으로 경계가 지어져 있지만 그 선은 사실상 없는 것이다. 어떻게 표현할 도리가 없어 불가피하게 선을 그어놓았지만 그 선은 구분짓는 경계로서의 선이 아니다. 애초에 경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용자들은 팻말도 없고, 설명도 없고, 경계도 없는 구글의 홈페이지에서 무한한 자유를 느낀다. 그래서 자신들의 욕망을 마음껏 투사한다. 《도덕경》 1장에서 살펴보았듯이 노자가 말하는 도의 모습도 이런 것이다. - <혁신을 덜어낼 줄 아는 과감함에 있다_유지이위리 무지이위용(有之以爲利 無之以爲用)> 중에서

  실리콘밸리에서 창고 창업이라는 신화를 처음으로 쓴 휴렛팩커드는 기업 경영에서 제도적 도덕성을 표방했다. 휴렛과 팩커드 두 사람은 직원들을 철저하게 믿고 존중했으며 수직적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사원들의 복지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휴렛팩커드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권한의 분산과 위임이라는 독특한 경영기법이었다. 휴렛팩커드는 고객과 가까이 접하게 되는 직원들에게 그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전폭적으로 위임했다. 이런 경영 철학 덕분에 휴렛팩커드의 직원들은 자신의 권한 범위 내에서 창의적인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 <권한이 있어야 능동적으로 일한다_공덕지용 유도시종(孔德之容 惟道是從)> 중에서

  창업자에 이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킨 사람은 이건희였다. 이건희는 《도덕경》에 나오는 ‘거피취차(去彼取此)’의 전략을 썼는데, 그것이 제대로 먹혔다. 1993년 취임 6년째를 맞은 이건희 회장은 그룹의 핵심 경영진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켐핀스키 호텔로 모이게 했다. 영문을 모른 채 서울 등 세계 곳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경영진들 앞에서 이 회장은 그룹 경영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하면서 ‘나부터의 변화’를 역설했다. 이것이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이다. - <과감하게 선택하고 과감하게 버려라_하덕불실덕 사이무덕(下德不失德 是以無德)> 중에서

  스티브 잡스가 죽은 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애플은 여전히 4차 산업혁명 시대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실적도 좋다. 잡스의 바통을 이어받은 팀 쿡의 리더십 덕분이기도 하지만 잡스가 뿌려놓은 혁신의 DNA가 여전히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선건자불발(善建者不拔) 선포자불탈(善抱者不脫)’의 구절처럼 잡스가 혁신적 아이디어를 워낙 잘 심어놔서 어지간해서는 잘 뽑히지 않는다. 잡스가 남긴 혁신 제품들을 애플 마니아들의 마음속에는 잡스의 미니멀리즘 철학이 하나의 신앙처럼 자리 잡았고, 노자가 말하는 도의 정신이 그 속에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 <철학의 뿌리가 얕으면 성공할지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_선건자불발(善建者不拔)> 중에서

  실리콘밸리의 천재들은 재물에 대한 욕심만으로 창업을 했다면 오늘날의 실리콘밸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발명이 좋아서 발명에 열중했고, 컴퓨터가 좋아서 컴퓨터에 매달리다 보니 혁신을 하게 되었고, 그 혁신이 모여 실리콘밸리를 만들었다. 부는 혁신의 결과 자연스럽게 따라온 것이다. 오늘 이 시간에도 실리콘밸리에는 혁신기술에 대한 다툼이 치열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부에 대한 부쟁지덕이 자리 잡고 있다. 혁신기술이 도(道)가 될 수 있고 실리콘밸리가 곡신불사의 계곡이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 <리더는 일을 도모하되 다투지 않는다_성인지도 위이부쟁(聖人之道 爲而不爭)>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실리콘밸리의 천재들은 《도덕경》에서 혁신의 영감을 받았다. 이 책은  ‘큰 것이 작은 것이고 많은 것이 적은 것’이라는 《도덕경》의 구절에서 애플의 미니멀리즘을 구현한 스티브 잡스가 그러했고, 비움의 미학과 무위지치를 바탕으로 검색창 하나로 세계를 정복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그러했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자세를 《도덕경》에서 찾고자 한 이유에 대해 “작고 적은 것보다는 크고 많은 것을 더 좋은 것이라 여기고, 탐나는 물건이 있으면 기어이 수중에 넣고자 집착하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있으면 우격다짐을 해서라도 자신의 프레임에 집어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현대인의 탐욕을 지적한데서 찾을 수 있다. 

  노자는 리더가 자신을 낮추고 드러내지 않을 때 모두가 싸우지 않고 조화롭게 공존해야 된다고 역설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가 먼저 솔선해서 자신의 특권의식과 탐욕을 버려야 한다. 겸손의 리더십은 한 사람의 승리가 아닌 모두의 승리가 딜 수 있고, 더불어 나누는 상생의 미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리더가 자신의 잣대로만 조직원을 구분하고, 평가하고, 그들의 의견과 비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독단적인 리더십을 펼치면 이에 기생하는 충신들만 늘어가는 것을 우리는 동서고금을 통해 많이 봐왔다. 어느 누구도 한 명이라도 제대로 대우해주지 못한다는 리더는 널리 존중받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혼란이 가득한 시기에는 모든 것을 두루두루 조화롭게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의 그릇이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의 가장 혼란했던 상황 속에서 노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무위의 철학을 먼저 실천하고 있던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의 리더십과 경영철학을 통해 진실되고 존경받을 수 있는 리더십를 배워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