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지목(牛山之木) - 『맹자(孟子)』
“우산(牛山)은 원래 민둥산이 아니었다”
세상이 살기 싫다고 건물에 불을 질러 무고한 생명을 죽이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원한을 표출하는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간은 정말 원래부터 악한 존재일가요, 아니면 세상이 그렇게 만든 걸까요?
전국시대 맹자의 논리는 간단합니다. ‘인간들은 원래 착하게 태어났다. 그런데 모진 풍파와 세월이 인간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악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절대로 이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맹자는 당시 지도자들에게 자신의 논리를 설득하기 위해 우산지목(牛山之木)이라는 고사를 꺼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우산(牛山)은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민둥산의 이름이다. 그러나 이 산이 원래부터 민둥산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나무가 울창했으나 대도시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면서 나무를 베어갔다. 나무를 잃은 우산은 사람들이 안 오는 밤에 이슬을 머금고 부지런히 싹을 틔어내고 풀을 키웠다. 그러나 이번엔 목동이 소와 양을 끌고 나타나 조금 자란 그 풀마저 모두 뜯어 먹히고 말았다. 나무도 풀도 더 이상 자라지 못하게 된 우산. 그러나 그 산이 원래부터 민둥산은 아니었다.”
맹자의 우산은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인간은 원래 따뜻한 사랑과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산에 도끼가 들어와 나무를 마구 베었던 것처럼 세파의 도끼가 우리의 양심을 찍어댄 것이지요. 우리들의 마음은 하루하루 황폐해졌습니다. 그래도 하루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이 되면 찍히고 상처 난 영혼을 다시 추스르곤 합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이면 또다시 세속의 험난한 파도에 부딪혀 그나마 살려낸 영혼도 다시 빛을 잃어갑니다.
우산지목 상미의(牛山之木 嘗美矣) : 우산의 나무는 일찍이 아름다웠다.
맹자의 이런 날카로운 외침 뒤에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인간을 향한 믿음과 확신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힘들고 끔직한 일을 보고 겪더라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은 선하다는 믿음과 신뢰 말입니다.
"세상에 아름답게 태어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 박재희의 <3분 고전_인생의 내공이 쌓이는 시간; 마음경영>,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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