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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

왕기미유능직인(枉己未有能直人) - 《孟子》

왕기미유능직인(枉己未有能直人) - 《孟子》
“사냥에도 원칙이 있다”

 

  조(趙)나라에 왕량(王良)이란 유능한 사냥꾼이 있었습니다. 왕의 총애를 받던 신하 폐해(嬖奚)는 왕에게 왕량과의 사냥을 허락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해는 왕의 허락을 받고 왕량과 함께 사냥을 나갔지만 종일토록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사냥에서 돌아온 폐해는 왕에게  “왕량은 천하의 수준 낮은 사냥꾼입니다”라고 보고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왕량은 왕에게 나아가 폐해와 한 번 더 사냥할 기회를 달라고 청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침나절이 채 지나기도 전에 열 마리도 넘게 잡았습니다. 폐해는 임금에게 나아가 ‘천하제일의 사냥 전문가’라며 왕량을 칭찬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전속 사냥꾼으로 지정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왕량은 그 자리에서 거절하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처음 저 폐해란 신하와 사냥을 나갔을 때 원칙대로 수레를 몰아 사냥을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런데 그는 종일 한 마리도 잡지 못하더군요. 그 다음 사냥에서는 온갖 반칙으로 수레를 몰아주었는데 한나절에 사냥감을 열 마리도 넘게 잡았습니다. 저 사람은 원칙대로 모시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입니다. 오로지 반칙으로 모셔야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지요. 저는 반칙으로 모셔야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주인으로 섬기고 싶지 않습니다.”

  孟子는 이런 우화를 예로 들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일개 사냥꾼도 반칙으로 일관하는 사람과 함께 하기를 꺼리는데, 나의 원칙을 버리고 반칙을 강요하는 주군을 모실 수 없다. 나를 굽힌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곧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잠간 굽혀서 상대방을 올바르게 만든다고 해도 그것은 잠깐일 뿐 지속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왕기미유능직인(枉己未有能直人) : 나를 굽혀 다른 사람을 곧게 만들 수 없다.

  주군을 모시는 데도 원칙과 기본이 있습니다. 원칙으로 주군을 모시는 것은 진정 신하된 자의 도리입니다. 잠깐 나를 구부려 반칙으로 주군을 목신다고 주군이 곧아지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온갖 반칙을 일삼는 사람들이 귀 기울여야 할 대목입니다. 

  “원칙을 버리고 굽히면 결국 영원히 굽힐 수밖에 없습니다.”

- 박재희의 <3분 고전_인생의 내공이 쌓이는 시간; 변화와 혁신>,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