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 《孟子》
“오십 보나 백 보나 도망간 것은 같다”
《孟子》에는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라는 말이 나옵니다. 크기만 다를 뿐 잘못한 것은 마찬가지란 뜻입니다. 맹자를 만난 양혜왕은 자신이 이웃나라 왕보다 정치를 잘하는 데 왜 이웃 나라 백성들이 자신의 나라에 몰려들지 않는지를 궁금해 합니다. 세금을 내고 부역을 담당하던 백성의수가 곧 국력이었던 시절, 양혜왕은 민심이 왜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은지 그 이유를 물은 것이지요.
왕의 질문에 孟子는 五十步百步 이론으로 대답합니다. “왕께서는 전쟁을 좋아하시니 전쟁에 비유해서 말씀드리지요. 전쟁터에서 한창 접전일 때 두 병사가 갑옷을 버리고 무기를 질질 끌며 도망쳤습니다. 어떤 병사는 백 보를 도망가서 멈추고, 어떤 병사는 오십 보를 도망가서 멈추었습니다. 그 때 오십 보를 도망친 병사가 백 보를 도망친 병사를 보며 비웃고 나무랐습니다. 왕께서는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쟁터에서는 오십 보를 도망갔든 백 보를 도망갔든 도망간 거리만 다를 뿐 도망간 것은 똑같다는 이치를 아신다면 민심이 왕께 몰리기를 바라지 마십시오. 왕의 정치나 이웃나라 왕의 정치나 부족하기는 오십보백보입니다.”
참으로 통쾌한 말입니다. 양혜왕은 자신이 이웃나라 왕보다 정치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지요. 오십 보 못하는 것이나 백 보 못하는 것이나 둘 다 못한다는 관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 : 오십 보 도망간 것이나 백 보 도망간 것이나 전쟁에서 후퇴한 것은 결국 같은 것이다.
오십 보 도망가 놓고 백 보 도망간 사람을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세상에는 참 많습니다. 자신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고, 남의 잘못은 과대 포장해 헐뜯는 것이 생존 무기가 되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참으로 암울한 세상입니다. 명백한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람은 맹자의 오십보백보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오십 보 뇌물을 먹었든 백 보 뇌물을 먹었든 결국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지금 몇 보 뒤에 도망가서 서 있을까요?”
- 박재희의 <3분 고전_인생의 내공이 쌓이는 시간; 변화와 혁신>,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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