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선읍(英雄善泣) - 『열하일기(熱河日記)』
“영웅은 울 때를 안다”
남자는 쉽게 눈물을 흘려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실컷 목 놓아 울어본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특히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금기에 세뇌당하여 눈물 보이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남성 분이 많습니다. 언제 한번 실컷 울어보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을 듯합니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는 목 놓아 실컷 울고 싶은 장소가 한 곳 소개되고 있습니다. 청나라 건륭제의 칠순 잔치를 축하하러 가는 사절단을 따라 압록강을 건너 청나라에 들어갈 때 만주벌판을 처음 본 연암은 그 광활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소감을 이렇게 외쳤지요. “참으로 울기 좋은 장소로다! 한번 이곳에서 실컷 울어보고 싶구나!” 일명 울기 좋은 장소, ‘호곡장(好哭場)’이란 단어가 나온 순간입니다. 같이 갔던 정진사는 호곡장이라는 연암의 외침에, 이렇게 넓은 벌판을 보고 하필이면 ‘울음 울기 좋은 터’라는 표현을 쓰냐고 묻습니다. 이때 연암이 그의‘울음론’을 펼칩니다.
“슬퍼서만 우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감정인 칠정(七情)이 극에 이르면 모두 울음이 되어 나오는 것이다.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 즉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 사랑과 증오, 그리고 욕심, 이 모든 감정은 모두 각각의 개별 상황에서 일어나지만 이런 감정들이 극에 다다르면 결국 울음으로 변하는 것이다. 영웅호걸은 잘 우는 사람들이고, 미인은 눈물이 많다.” 연암은 진정한 영웅과 천하의 미인은 모두 잘 우는 사람이라며 리더의 눈물을 긍정합니다.
영웅선읍(英雄善泣) : 영웅은 울 때를 알고,
미인다루(美人多漏) : 미인은 눈물이 많다.
차가운 가슴과 냉정한 이성으로 사는 것도 멋있어 보이지만 눈물이 없다면 큰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눈물은 남자들의 금기가 아니라 영웅들이 갖추어야 할 당연한 감정입니다. 영웅은 제때 울 줄 알고, 미인은 눈물이 많습니다. 울고 싶을 때는 참지 말고 우십시오!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의 모습입니다.
"기뻐서 울고, 슬퍼서 울고, 모든 감정의 으뜸은 울음입니다.“
- 박재희의 <3분 고전_인생의 내공이 쌓이는 시간; 마음경영>,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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