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방>
그때 잃어버린 여행가방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만일 누가 그 가방을 연다면 더러운 속옷과 양말이
꾸역꾸역, 마치 죽은 짐승의 내장처럼 냄새를 풍기며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러나 내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 육신이란
여행가방 안에 깃들였던 내 영혼을,
절대로 기만 할 수 없는 엄정한 시선,
숨을 곳 없는 밝음 앞에 드러내는 순간이 아닐까.
- 박완서의 「잃어버린 여행가방」 중에서
매일매일 미지의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며
우리의 여행가방도 채워지고
비워지고 하면서 쌓여 갑니다.
훗날에는 결국 두고 가야 할 여행가방,
언제 잃어버려도 두렵지 않은,
작지만 따스한 사랑으로
가득 채우고 싶습니다.
매일의 여행에서 그대는 무엇을 담고 무엇을 버렸는지요.
밝음 속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영혼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요?
- 『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 사람의 향기_얼굴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사색의 향기문화원
'전형구 교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수가 먹고 싶다 (2) | 2022.01.25 |
---|---|
올곧은 사람이 그립다 (0) | 2022.01.23 |
친구는 나무같은 사람 (0) | 2022.01.21 |
가족의 힘 (0) | 2022.01.20 |
누름돌 (0) | 2022.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