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오랜 병을 앓았다
꽃 같은 이름표를 달고
이름에 걸맞은 얼굴을 만들어 쓰고
이름이 요구하는 표정을 하고
이름값만큼의 병을 앓았다
만들어 쓴 얼굴로
만들어 쓴 얼굴들과 어울려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맴을 돌았다
- 유진, 「가면」 중에서
남이 바라보는 나로 살아간다는 것.
때로 형식적이고 위선으로 보여
거추장스럽다고
다 부질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이름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로 바꾸어도 되겠지요.
임원이라서, 직원이라서, 사장이라서, 여자라서……
그 많은 이름에 부응하느라
병을 앓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참다운 나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
남이 아닌 내 시선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커다란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훌훌 가면을 벗어버리는 자유로움.
그러나 삶은 가면도, 맨얼굴도 필요합니다.
둘 사이에서 균현을 잡으며 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 사람의 향기_얼굴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사색의 향기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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