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형구 교수의 글

2장 사람답게 산다_철저하게 잔인한 것보다 착한 연기를 하는 편이 낫다

2장 사람답게 산다_철저하게 잔인한 것보다 착한 연기를 하는 편이 낫다

 

군자지어금수야(君子之於禽獸也), 견기생(見其生), 불인견기사(不忍見其死).

문기성(聞其聲), 불인식기육(不忍食其肉),

 

  군자는 짐승을 대할 때 살아 있는 모습은 보아도 죽어가는 모습은 차마 보지 못하고, 죽어가면서 애처롭게 우는 소리를 듣고는 차마 그 고기를 먹지 못한다. - <양혜왕장구(梁惠王章句)> 상편 중에서

 

  우리 주변에는 인간의 도덕적 마지노선을 뛰어넘는 일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거나 용납되지 않고 하물며 직접 나서서 할 리도 없는 그런 일들이다. 예를 들어 짐승이 잔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거나, 그것이 죽어기며 처절하게 우는 소리를 듣고도 후에 그 고기를 먹는 것은 분명 도덕적 마지노선을 뛰어넘는 일이다.

  이런 도덕적 마지노선은 논리, 판단, 실리에 따른 선택이라기보다 타고난 양심, 선량한 감정, 연민, 용서와 자비라고 말하는 편이 낫다.

  사람은 누구나 실리를 따지면 잔혹해질 수 있고, 선을 좇으면 본연의 양심을 드러내는 자가당착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선을 표현하고 더 나아가 그걸 연기하는 것이 실리만 좇거나 전혀 착하지 않은 것보다 오히려 낫다. 철두철미하게 잔인한 것보다 이런 것이 차라리 훨씬 더 인간적이다.

 

- 왕멍, <나를 바로 세우는 하루 한 문장_맹자>, 정민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