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창주량사(唱籌量沙) : 작은 것까지도 헤아릴 줄 아는 지혜
“사내에서 누군가와 상의를 할 때 상대방을 선택하는 법”
직장생활 속에서 일어난 갈등이나 문제 때문에 고민을 하다 보면 누군가 속 시원하게 답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상담 파트너가 동료라도 좋고 상사라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런데 사내 갈등으로 상담이나 상의를 할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누구와 상의할 것인가?’하는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평소에 편하게 지내는 사람, 나보다 안목과 식견이 뛰어난 사람을 그 기준으로 삼겠지만 사실 이것은 올바른 파트너 선택법이 아니다. 상의를 요청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는 상담 파트너의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겠지만, 결국 회사 내에서 일어난 문제를 가지고 상의를 한다는 것은 그것을 듣는 사람도 거시적으로는 그 이해관계에 얽혀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담 파트너를 잘못 선택했을 경우에는 오히려 상의를 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를 두고 고전에서는 여호모피(與狐謀皮), 즉 ‘최고급 여우 가죽옷을 만들기 위해 여우와 함께 그 가죽에 대해 상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담 대상이 적절하지 않으면 결국 당신은 상대방에 의해 섣부른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로 인해 경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설령 인간적으로 친하거나 신의가 두터운 관계라고 할지라도 위험성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그것은 상대방이 약삭빠르거나 교활하기 때문이 아니다. 친하게 지내거나 신의가 두터운 것하고 각자가 처한 이해관계라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에 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누군가에게 상의를 구하고 또 상대방의 상의를 들어주어야 하는 일이 일상다반사로 일어난다. 특히 누군가의 판단을 참고하고 나의 의견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최대한 드라이하게 진행이 되어야 한다. 상대의 이해관계를 피하고 내 이해관계를 빼내는 것, 이것이 바로 나를 보호하면서 내 의견의 신뢰성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 이남훈 저, 『처신』 「2장 자충수(自充手) : 최소한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에서
'전형구 교수의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형청죄_자신의 죄를 청할 때는 가시나무를 등에 지라 (0) | 2021.12.25 |
---|---|
도광양회_들어내지도 알리지도 말고 힘을 길러라 (0) | 2021.12.24 |
불감회수_후회할 일은 반드시 줄여야 한다 (0) | 2021.12.22 |
선입지어_사람들이 한결같이 말해도 그것은 틀릴 수도 있다 (0) | 2021.12.21 |
천만매린_그들이 당신을 소중한 이웃으로 생각하게 만들어라 (0) | 2021.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