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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전형구의 독서경영

전박사의 독서경영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

전박사의 독서경영 -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에서 배우는 독서경영

 

  저자 : 성기영,       출판사 : 예담

  “우리 곁에 사랑이 머물던 시간”이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43년간 소록도라는 작은 섬에서 한센병(과거 나병, 문둥병) 환우들에게 희망의 등불로 어둠을 밝힌 이국에서 온 간호사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천주교 광주대교구와 소록도성당의 도움으로 이 분들의 어린 시절과 소록도에서 보낸 43년간의 삶과 그 후의 이야기를 담은 첫 기록물이자, 힘들었던 우리 삶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소중한 자료로서도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바쁘고 고단한 일상에서 지치고 힘들다보니 ‘희생’, ‘봉사’란 단어가 멀고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요즘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이 분들이 보여주고 실천한 삶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있다.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타인을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이 과연 가능할까. 쉽게 용기 내지 못하는 우리가 상상할 수도, 경험해볼 수도 없는 기적과 같은 삶을 이 분들은 몸소 실천하고 우리에게 보여줬다. 

  이 책은 모두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는 “유년시절, 그리고 간호학교 이야기”라는 주제로 두 분의 어린 시절과 간호학교에서 만나게 되고 낯선 땅 한국으로 오게 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두 번째 파트는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이라는 주제로 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소록도라는 작은 섬으로 쫓겨난 한센병 환우들과 함께하게 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세 번째 파트는 “끝과 시작”이라는 주제로 나이가 들어 은퇴하고 난 그녀들의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처음 왔을 때는 소록도에 나무도 없었는데, 지금은 초록 나무가 곳곳에 울창하다. 지나간 세월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눈앞을 스쳐갔다. 햇살에 부서지는 파도도, 자유로운 갈매기의 날갯짓도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아.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저 섬에 남아 있는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마음으로 기도하며, 멀어져가는 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급기야 그녀들의 시야가 흐려지고 목이 멨다. 눈물이 그녀들의 주름진 얼굴을 타고 쉴 새 없이 흘러내려, 짠 바닷물로 떨어졌다. - <프롤로그_귀향> 중에서

  세상에서 가장 작고 아픈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열망, 남들에게 너무 이상적이어서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는 그런 생각들이야말로 두 사람에게는 진자 현실이었다. 청소년기부터 자리 잡기 시작한 이들의 내적 동기들은 조금씩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간호사라는 직업은 이들이 발견한 천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발랄한 십대중반에 처음 만났을 때만 하더라도 두 사람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둘의 운명이 같은 곳을 향하고 있으리라고는. 더구나 듣도 보도 못한 아시아의 어느 머나먼 섬에서 함께 일생을 보내게 되리라고는. - <유년시절, 그리고 간호학교 이야기_마리안느와 마가렛의 운명적인 만남> 중에서
  
  이 무렵, 동양의 어느 가난한 나라에서 간호사를 구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한국의 경상북도 왜관에 위치한 한센인 마을에는 전문 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하여 이곳에서 봉사 중이던 오스트리아 사제가 고국의 유능한 간호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한국행을 자원한 간호사는 마가렛을 포함하여 에미, 그리고 율리안나까지 모두 세 사람이었다. 마리안느도 지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마리안느의 몸무게는 50킬로그램이 채 되지 않을 만큼 마른데다 체력도 약한 편이었다. 그런 몸으로 머나먼 타지에서 봉사활동을 하기엔 무리라며 지도신부는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 <유년시절, 그리고 간호학교이야기_소명> 중에서

  머라언느와 마가렛은 남들 앞에 나서서 공개적으로 받는 상을 진심으로 꺼렸다. 예의상 사양하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은 이들의 좌우명 중 하나였다. 간호사들은 이번에도 비석을 세우지 말아달라고 몇 번이나 건의했지만, 그 행적을 기리고픈 소록도 사람들의 의지마저 꺾을 수는 없었다.
  삼십 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도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평생을 소록도에서 봉사하며 살다가 이 당에 묻히겠다고 이미 마음의 결심을 굳힌 상태였다. 그녀들은 묘비를 따로 세울 필요도 없이 자신들이 죽고 나면 화장해서 여기 세마비 아래 묻어 달라고, 유언을 남기듯 말하곤 했다. -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_세마 간호사들> 중에서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그 어떤 비난에도 묵묵히 가장 약한 자들의 곁을 지켰다. 소생의 가치나 그 가능성이 누구에게 얼마만큼 있나 없나를 판단하는 것은 애초부터 그녀들의 몫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곧 세상을 떠날 것 같던 고령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환우들의 생명을 십 년에서 이십 년 이상씩 연장시킨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수가 조금씩 호전되었고 때로는 건강을 되찾기도 했다.
  그러나 인간사회의 모든 활동은 다소간에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그녀들도 오랫동안 병원이라는 조직사회를 경험하면서 권력이나 서열에 대해 결코 모르지 않았지만, 모든 종류의 힘에는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순수한 인간애만을 추구하고자 노력했다. 그녀들은 그런 면에서 참으로 이상적인 간호사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_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중에서

  아무도 가지 않으려 하는 낯선 이방의한센인 마을에서 오랜 세월 동안 지극히 용맹하게 영웅적으로 싸워온 두 사람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싸움 자체를 싸움이라 생각지도 않았기에, 적들은 생기기도 전에 알아서 스러져버렸다. 두 사람의 인술의 여정은 마침내 이 날의 귀향으로 긴 장의 막을 내렸다. 
  이날 두 할머니의표정은 미묘하게 복잡했다. 가족들도 반가운 마음 한편으로는 측은함을 느끼며 누군가는 애서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두 할머니는 절은 시절부터 입버릇처럼 소록도의 따에 뼈를 묻겠다고 말해왔지만 그 꿈을 결국 이루지 못한 것이다. 가족들은 그녀들이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 땅에도 복잡한 사정이 있었으리라 짐작하며 침묵을 지켰다. - <끝과 시작_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중에서

  마가렛은 함께 소록도에 다녀오자는 마리안느의 제안에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그녀는 소록도의 환우들과 지인들에게 대신 안부를 전해 달라고 말한다. 이곳 양로원 생활에 겨우 적응한 마가렛은 이제, 다른 곳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소록도 방문 계획을 확정한 이후, 마리안느는 내내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설렜다. 소록도는 어떻게 변했을까. 소록도와 육지를 잇는 다리가 개통되었다는데 그녀가 사랑하던 자연은 여전히 아름다울까. 그녀들이 살던 붉은 벽돌집을 그대로 보존했다는데, 거기서 다시 잠을 자면 기분이 어떨까. 그동안 많은 지인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왔었다. 병원의 환우들도 그동안 많이 늙었겠지. 나와, 마가렛처럼.
   비행기 표를 받은 날 밤, 마리안느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소록도의 변함없이 푸른 바다가, 그 일렁이는 물결이, 활금 햇살이, 그녀를 따사롭게 받아주었다. -에필로그>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최근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마리안느와 마가렛에 대한 내용이 공익방송으로 나오는 걸 자주 보고 들었다. 수년 전에 그녀들의 이야기를 뉴스에서도 들은 적이 있는 거 같았다. 이 책을 우연한 기회에 선물을 받게 되었고 서가에 넣어 두었던 게 생각나 꺼내 읽게 되었다.

  과거에 많은 일반인들은 나환자 또는 문등병자라는 한센병 환우들에 대한 선입견 같은 게 있어서 피하기도 하고 놀리기도 했던 거 같았다. 이런 소외받고 고통에 힘들어 하던 이들에게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소록도라는 작은 섬에 전문병원을 건립하고 강제 이주를 시켜 많은 성과를 냈던 것도 사실이다. 이 병원에 마리안느와 마가렛이라는 두 명의 오스트리아 간호사가 봉사하러 찾아왔고 40여 년을 간호사로 봉직하다가 고국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냈다.

  이 두 명의 간호사는 일생을 모두 소록도 한센인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살았다. 그녀들이 보여준 봉사하는 모습에서 인생의 새로운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본다. 대학 생활에서 보람 있었던 일 중 하나가 봉사단체 동아리 활동을 했던 것이었다. 물론 지금도 관계를 유지해 오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봉사활동을 그만둔 지가 10여년은 넘은 거 같다. 매년 연초에 목표를 세울 때 빠지지 않고 있었던 봉사활동은 계획으로만 끝났었는데, 새로운 각오를 갖게 된다.

  마리안느 스퇴거(한국명 고지선)는 1962년 2월, 마가렛 피사렉(한국명 백수선)은 1966년 10월 소록도를 찾아왔다가 2005년 11월 22일 편지만 남기고 평생을 몸담아왔던 소록도를 조용히 떠난 그녀들에게 노벨평화상을 줘야한다는 운동이 추진되고 있다. 마가렛 피사렉은 2023년 9월 29일 고향인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오랜 투병 끝에 선종하였다. 고인의 명복을 빌어보며, ‘소록도의 천사’. ‘한센인의 어머니’로 불렸던 그녀들에게 노벨평화상이 수여되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보여준 그녀들의 일생이 재조명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