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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전형구의 독서경영

전박사의 독서경영 - <당신이 옳다>

전박사의 독서경영 - <당신이 옳다>

<당신이 옳다>에서 배우는 독서경영


  저자 : 정혜신,      출판사 : 해냄


  “정혜신의 적정심리학”이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안정적인 일상을 위해 스스로 마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이드 북이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좌절하고 상처받고 있는데 이들에게 심리적 CPR(심폐소생술)의 행동지침을 통해 마음의 문제를 풀어가도록 안내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거리의 치유자로 현장에서 쌓아 올린 그의 경험과 내공, 정성이 집대성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15년 간 국가폭력 피해자들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과 함게 하면서 그들의 치유와 회복에 힘써온 저자는 공감이야말로 어떤 치료제나 전문가의 자격증보다 강력하게 사람의 마음을 되살리는 비법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왜 우리는 아픈가”라는 주제에서는 존재의 개별성을 무시하는 사회적 시선과 환경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아픈 이유를 들여다보고 있다. 2장 “심리적 CPR_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이라는 주제에서는 우울증 등 진단이 남발되고 일상이 외주화 되는 현실을 직시하며 심리적 CPR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3장 “공감_빠르고 정확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주제에서는 공감에 대해 갖고 있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고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공감의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4장 “경계 세우기_나와 너를 동시에 보호해야 공감이다”라는 주제에서는 사람은 모두가 개별적 존재임을 환기시키고, 공감의 정확성을 높이는 경계 짓기를 제안하고 있다. 5장 “공감의 허들 넘기_진정한 치유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주제에서는 사랑에 대한 욕구, 콤플렉스, 집단 사고 등 진정한 치유를 방해하는 공감의 허들을 짚어주고 있다. 6장 “공감 실전_어떻게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라는 주제에서는 존재를 살리는 한 사람이 되기 위하여 유념해야 할 실전 치유 팁을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트라우마 피해자들은 자신을 환자가 아닌 고통 받는 사람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 특별한 욕심도 아니다 전문가라면 습관적이고 반복적인 약물 처방 말고, 들어주기 어려운 자신의 끔직한 고통에 집중하고 깊이 이해하고 알아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상처 입은 사람의 이런 욕구는 트라우마 현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겪는 일상에서 상처를 입었을 때, 억울함이나 외로움 등을 느낄 때도 우리 모두가 갈구하는 1차적인 심리적 욕구다. - <프롤로그_소박한 집밥 같은 치유, 적정심리학> 중에서


  한 사람이 제대로 살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스펙이 감정이다. 감정은 존재의 핵심이다. 한 사람의 가치관이나 성향, 취향 등은 그 존재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중요한 구성 요소들이지만 그것들은 존재의 주변을 둘러싼 외곽 요소들에 불과하다. 핵심은 감정이다. 내 가치관이나 신념 견해라는 것은 알고 보면 내 부모의 가치관이나 책에서 본 신념, 내 스승의 견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감정은 오로지 ‘나’다. 그래서 감정이 소거된 존재는 나가 아니다. 희로애락이 차단된 삶이란 이미 나에게서 많이 멀어진 삶이다. - <왜 우리는 아픈가_만성적 ‘나’ 기근에 시달리는 사람들> 중에서


  ‘나’ 이야기, 내 존재 자체에 대한 이야기의 불시가 지펴지면 희미하던 생명의 박동이 쿵쾅쿵쾅 돌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 이야기에 정확하게 두 손을 대고 있는 ‘한 사람’은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어도 심리적 CPR을 하는 사람이다. 사람 목숨을 구하는 사람이다. 두 손을 그의 ‘나’ 위에 올려놓음으로써 한 존재와 이어진 것이다. 존재와 존재의 연결이 사람에게 생명을 부여한다.

  심리적 CPR이란 결국 그의 ‘나’가 위치한 바로 그곳을 정확히 찾아서 그 위에 장대비처럼 ‘공감’을 퍼붓는 일이다. 사람을 구하는 힘의 근원은 ‘정확한 공감’이다. - <심리적 CPR_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 사라져가는 ‘나’를 소생시키는 심리적 CPR> 중에서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주는 공감자가 되기 위해선 그의 마음에 대해 ‘그’에게 물어야 한다. 돕는 자로서의 ‘내’ 견해를 말하거나 주장하기보다 ‘그’에게 주목하고 그의 마음에 대해 그에게 물어야 한다. 그의 세세한 속마음은 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전문가가 알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비로소 그에게 질문을 시작할 수 있다. 그만이 아는 그의 마음에서 혼돈을 끝낼 그만의 길이 나온다. 당사자가 그것을 속속들이 느끼고 만질 수 있을 때까지 그의 손을 놓지 않는 것이 공감자의 일이고 그것이 치유다. - <공감_빠르고 정확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힘; 억누른 상처를 치유하는 메스이자 연고> 중에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 관계가 기쁨과 즐거움이거나 배움과 성숙, 성찰의 기회일 때다. 그것이 관계의 본질이다. 끊임없는 자기 학대와 자기혐오로 채워진 관계에서 배움과 성숙은 불가능하다. 자기 학대와 자기혐오가 커질 수밖에 없는 관계라면 그 관계는 끊어야 한다. 주변을 찬찬히 돌아보면 끊어야만 자기를 지킬 수 있는 관계들이 의외로 많다. 관계를 끊으면 그때서야 상대방도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최소한의 계기가 만들어진다. 그런 계기로 삼지 못해서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되어도 그건 그의 몫이다.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 <경계 세우기_나와 너를 동시에 보호해야 공감이다; 갑을 관계에서도 을인 ‘나’를 드러낼 수 있나> 중에서


  감정은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고의 이분법으로 판단할 대상이 아니다. 감정은 한 존재의 지금 상태를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바로미터다. 내 뺨을 스치는 바람 한줄기마다 고유한 이름과 성질을 붙이고 규정지을 수 없듯 끊임없이 움직이는 감정은 내 존재의 상태를 시시각각으로 반영하는 신호다.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고 그래서 모든 감정은 옳다. 불안을 느낀다면 ‘이러면 안 되는데’ 할 게 아니다.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왜 그런 걸까?’ 곰곰이 나와 내 상황을 짚어봐야 한다. - <공감의 허들 넘기_진정한 치유를 가로막는 방해물; 좋은 감정 vs 나쁜 감정> 중에서


  존재에 집중해서 묻고 듣고, 더 많이 듣다 보면 사람도 상황도 스스로 전모를 드러낸다. 그랬구나. 그런데 그건 어떤 마음에서 그런 건데. 네 마음은 어땠는데? 핑퐁게임 하듯 주고받는 동안 둘의 마음이 서서히 주파수가 맞아간다. 소리가 정확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공감 혹은 공명이다. - <공감 실전_어떻게 그 ‘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무리 자녀라도 충조평판하지 않기>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날로 팍팍해지는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 3명 중 1명은 우울증상을 겪고 있고, 자살률은 몇 년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부끄럽게도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이 1위라고 한다. 특히 청소년을 비롯한 30대 이하 젊은층 사망 1위가 자살이라고 하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하루 평균 40명이 자살을 하고 있다고 한다. 왜 도대체 이런 안타까운 현실이 나타나는 걸까.


  저자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치유법, 집밥 같은 치유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외형적 조건이나 삶의 내력이 아닌 사람의 존재 자체에 초집중하고 내 감정을 묻는 질문과 지지를 통해 존재의 핵심을 정확하게 자극하는 것으로, ‘공감’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감을 통해 자신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면 누구라도 짓눌려 있던 내가 되살아나고 자신의 상황과 문제를 스스로 조망할 수 있는 힘과 호흡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과 자신이 아닌 것 사이의 건강한 경계를 세우고, 공감을 방해하는 허들을 용감하게 넘어설 때, 나와 너가 모두 공감 받는 홀가분한 치유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조건 들어주기 경청이다. 상대를 위한답시고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하는 것이 공감이라는 착각과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정확하게 도움 되는 공감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진정한 공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것이며, 일방적이 아니라 쌍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뜻함이 줄어들고 각박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따뜻한 온기를 넣어줄 수 있는 불을 지펴야 될 것이다. 이 책이 공감의 중요성과 방향을 제시해 온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