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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

모기귀(暮氣歸) - 《孫子兵法》

모기귀(暮氣歸) - 《孫子兵法》
“저녁에는 집에 가고 싶다”

 

  경제는 요동치고, 감염병 유행과 전쟁, 자연재해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기업들이 어느 날 몰락의 길에 들어서기도 하고, 스타트업들이 때를 만나 신흥 강자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호황과 불황, 성공과 실패, 그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손자병법》에서는 조직의 사기에도 주기가 있다고 말합니다. 병사들의 사기가 언제나 높을 수도 없고, 언제나 낮으리란 법도 없다는 뜻이지요. 

  문제는 조직원들의 사기가 최저점으로 내려갔을 때 조직의 지도자가 어떻게 그들의 사기를 빨리 회복시키느냐는 것입니다. 《손자병법》은 현장에서 군사들의 기운을 살피고 관찰하라고 합니다. “아침에 병사들의 기운은 정예병(銳)이 된다. 그러나 낮이 되면 병사들의 사기는 나태하고 게을러진다(惰). 그리고 저녁이 되면 병사들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만 하게 된다(歸).” 첫 출정 길에 나선 군사들의 사기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기는 떨어지고 결국 탈영병과 이탈하는 인원이 생기게 됩니다.

  조직에서도 새로운 지도자가 부임할 때 직원들은 긴장하고 예민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은 점점 나태해지고,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관건은 저점을 얼마나 빨리 통과하는가 입니다.  

  집으로 돌아갈 생각만 하는 저녁의 기운을 아침의 활기찬 기운으로 끌어올리려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집에 갈 생각에만 젖어 있는 병사에게 소리를 지른다고 그들의 사기가 다시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그들의 사기가 왜 떨어졌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 유능한 지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기예(朝氣銳) : 아침의 기운은 날카롭다.
  주기타(晝氣惰) : 낮의 기운은 게으르다.
  모기귀(暮氣歸) : 저녁의 기운은 돌아갈 생각만 한다.

  자식이 힘들고 어려울 때 부모는 야단을 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자식이 그 상황을 이겨내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세상에 어느 누구도 사기의 사이클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나 사기가 떨어지는 저녁은 있습니다.

  “지금 나의 기운은 아침, 점심, 저녁 중 어떤 때를 통과하고 있습니까?”

- 박재희의 <3분 고전_인생의 내공이 쌓이는 시간; 변화와 혁신>,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