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신불사(谷神不死) - 『도덕경』
“계곡은 가뭄에 마르지 않는다”
가뭄이 들어 세상이 모두 타들어가더라도 마르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계곡입니다. 가장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지요. 낮은 곳으로 임하는 계곡의 정신이야말로 가장 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의 원천입니다.
이 계곡의 정신을 노자의 《도덕경》에서는 곡신(谷神)이라고 합니다. 곡신은 강하고 딱딱하고 위협적인 남성성보다는 부드럽고 유연한 여성성을, 나이 들고 경직되기보다는 어리고 순진함을 의미합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연약함, 부드러움, 겸손함이 당함과 교만함을 이긴다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곡신불사 시위현빈(谷神不死 是謂玄牝) : 계곡의 정신은 마르지 않는다. 이것을 여성의 힘이라고 한다.
현빈지문 시위천지근(玄牝之門 是謂天地根) : 여성의 포용력, 이것을 하늘과 땅의 뿌리라고 한다.
노자가 꿈꾸었던 위대함은 근엄하고, 군림하고, 강압적인 존재가 아니라 부드럽고, 낮추고, 따뜻한 계곡의 정신이었습니다. 우뚝 선 산의 모습도 멋지지만 가장 낮게 자리 잡은 계곡의 아름다움도 결코 간과할 수 없습니다.
곡신불사(谷神不死)! 계곡의 정신은 죽지 않는다! 치열한 경쟁 사회인 오늘날, 부드러움과 겸손함의 계곡 정신이 더욱 돋보입니다. 진정한 승자는 세월이 지나야 비로소 드러나는 법입니다.
"낮춤과 포용이 가장 위대한 힘을 발휘하는 시대입니다."
- 박재희의 <3분 고전_인생의 내공이 쌓이는 시간>,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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