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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

채근담 345. 연못에 드리우는 달그림자

채근담(菜根譚) - 345. 연못에 드리우는 달그림자_후집 120장

 

이근사표곡투향(耳根似飇谷投響) 과이불유(過而不留) 즉시비구사(卽是非俱謝).

심경여월지침색(心境如月池浸色) 공이불착(空而不着) 즉물아양망(卽物我兩忘).

 

귀는 마치 회오리바람이 골짜기에 소리를 울림과 같은지라 지나게 하고 남겨 두지 않으면 시비도 함께 사라진다. 마음은 마치 연못에 달빛이 비치는 것과 같은지라 텅 비게 하고 잡아두지 않으면 외물과 나를 모두 잊게 된다.

 

* 핵심 주제

설령 나를 비방하는 말일지라도 혹은 나에게 아첨하는 말일지라도 그것을 들은 다음 허공에 날려 버리면 마치 회오리바람이 일과성(一過性)으로 지나가듯 그것으로 끝나고 말 것인데, 굳이 그것을 마음 밭에 새겨놓고 있기 때문에 시시비비가 일어난다.

또 마음속에서 용솟음치는 욕망을 깨끗이 씻어낸다면 마치 연못 속에 드리웠던 달그림자가 달이 져버리면 사라지듯 불평불만이 없어질 것인데 욕망이 남아 있기에 만족을 모르고 고뇌 속에서 산다.

이래 가지고는 아무리 높은 지위에 오르고 가진 것이 많다 하더라도 근심걱정과 불평불만 속에서 시시비비를 다투며 살 수밖에 없다. 몰아일체(沒我一體)의 경지에 들지 못하면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없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