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 - 248. 헌 담요에 달빛 쏟아지는 삶_후집 23장
송간변(松澗邊) 휴장독행(携杖獨行) 입처(立處), 운생파납(雲生破衲).
죽창하(竹窓下) 침서고와(枕書高臥) 각시(覺時), 월침한전(月侵寒氈).
소나무 시냇가에 지팡이 끌고 홀로 걷다 문득 서니, 흰 구름이 해진 누더기에서 일고, 대나무 창 아래 책을 높이 베고 누웠다가 문득 잠을 깨니 밝은 달빛이 낡은 담요에 쏟아지는구나.
* 핵심 주제
가진 자가 누리는 행복은 가난한 자의 처지에서 본다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가난한 자로서는 가진 것이 없으니 제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런 행복은 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자도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있다. 그것을 설명한 것이 바로 이 구절이다. 헌 누더기를 걸쳤다든가, 낡은 담요를 덮었다고 하였으니 분명 가난한 선비이리란 생각이다.
그러나 소나무 숲속의 시냇가를 산책하고 대나무 우거진 창가에 누워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가진 자로서는 누릴 수 없는, 나름대로의 행복이 아닐까. 그리고 마음만 먹는다면 이런 행복은 누구나 어디서나 누릴 수 있을 것이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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