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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전형구의 독서경영

전박사의 독서경영 - <시골살이 두런두런>

전박사의 독서경영 - <시골살이 두런두런>
<시골살이 두런두런>에서 배우는 독서경영

 

저자 : 신평               출판사 : 새빛

  “신평 변호사의 시 그리고 산문”이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큰 특색을 갖고 있다. 저자가 자신의 수십 년 시골살이를 담담하게 시와 산문으로 엮은 책인데 특히 산문은 그 시와 관련되어 가진 단상 형태의 독백이라는 점이다. 또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별로 시일의 선후에 따라 그대로 배열하여 계절의 변화를 순차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다는 점 역시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시골살이의 이모저모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혹은 지금도 여전히 잊지 못하는 그리운 사람에게 속삭이듯이 두런두런 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바로 행복의 길로 향하는 지침서이자 안내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살아야 잘 산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해 저자는 끈질기게 의문을 던지고 있다. 아울러 행복한 삶이란 어떤 조건에서 이루어지는 것인가를 이모저모로 찾고자 한다. 하늘과 구름과 별,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과 여린 풀길, 잠자리, 나비 등 자연이 어우러지며 답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들이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의 주제는 “봄”으로 34개의 시와 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2부는 “여름”으로 29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3부의 주제는 “가을”이다. 여기에는 33편의 글이 두러두런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마지막 4부의 주제는 “겨울”로 28편의 시와 산문을 만나 볼 수 있다.

  저는 거듭된 패퇴로 깊은 상처를 받고 슬퍼하였습니다. 거꾸로 제 잘못으로 남에게 준 상처를 슬퍼합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제 상처를 치유하고 남에게 끼친 상처를 뉘우치며 살아왔습니다. 더없이 평온한 공간에서 땀 흘리며 노동하고,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수시로 명상에 잠기는 한가로운 일상은 삶을 정리하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저는 점점 더 제가 이고 온 무겁고 슬픈 긴 세월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묘목을 사러 경산으로 가는 중에 문득 밝은 햇볕이 너누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별걱정 없이 이렇게 단순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자신의 처지가 어디에 비교할 수 없이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일 없이 주어진 이 행복에 겨워합니다. 생각 하나 조금 바꾸면 온 세상이 이처럼 광명천지로 빛나고, 모든 것에 감사할 일이 철철 넘칩니다. 
  일 년 중 가장 양명하고 기쁨으로 설레는 때인 요즈음이 실로 시골살이의 절정이라고 봅니다. - <봄_비밀> 중에서

  저는 국가에 농업인으로 등록되어 있으므로 제 본업은 농사일인 셈입니다. 그리고 농사일을 할 때 가장 마음이 편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열심히 밭을 다니며 자라는 작물들에 제 손을 댑니다. 농사일은 하려고 하면 끝이 없고, 안 하려고 하면 그냥 거의 손을 떼어도 되는 묘한 면이 있습니다. 부지런한 농부의 손끝이 온갖 조화를 부리는 셈이지요.
  성장하는 작물들의 상태나 나날이 굵어 가는 열매의 크기를 확인하는 일은 무한의 기쁨을 줍니다. 마치 어린 자식이 커나가는 것을 볼 때의 심정이기도 합니다. - <봄_그리움> 중에서

  시골에서 살면 아무래도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지나온 세월의 여러 가지를 떠올립니다. 그중에서 제가 못난이 역할을 한 일들이 자주 머리를 스칩니다. “아니 어떻게 내가 그럴 수 있었을까?”하는 자책이 몸을 파고듭니다. 어떤 경우에는 몇 번이나 그것을 시정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바보처럼 지나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그것이 제 인생에서 너무나 소중한 사람에게 행해졌다는 사실에 망연해집니다. - <여름_그곳에 간다> 중에서

  노동으로 땀을 흘리는 것은 참으로 괴귀한 일입니다. 운동과는 조금 다릅니다. 노동은 외형적 결과를 산출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우리에게 유익을 끼칩니다. 찬물에 샤워하니 살아가는 맛이 조금은 느껴집니다. 제가 이 나이되어서도 비교적 건강한 것은 바로 노동이 주는 육체적, 정신적 효과의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 <여름_나팔꽃> 중에서 

  시골에서 한적한 삶을 살아도 삶의 본질적 징표라고 할 수 있는 일상의 허무감, 관계의 단절에 관한 불안감, 소외의식 같은 것이 완전히 비켜 가지는 않습니다. 지금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시골살이는 기본적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많이 낫기는 하지요. 자연은 그 점에서 위대한 치유능력을 발휘하곤 합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으로 현대사회가 던지는 어두운 그늘을 충분히 잘 극복해나갈 수 있는 것일까요. - <가을_신의 말씀> 중에서

  이 나이가 되어 모든 것을 접은 채 시골살이를 하는 자신을 한 번씩 돌아봅니다. 실패로 점철된 삶이지만 영광의 빛으로 빛나던 짧은 시절도 있었습니다. 구질구질하고 누추한 삶 가운데서도 아름다운 사람들과 맺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귀중한 인연도 제 몸속에 남겨져 있습니다.
  그런 중에 저에게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죽음은 주위의 모든 관계의 종언을 고하는 비참한 속성이 있습니다. 누구도 이를 피하지 못합니다. 앞으로 남은 날들을 어떻게 사는 것이 지혜롭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을 자주 생각합니다. - <가을_무(無)> 중에서

  불가의 승려들이 하는 식사를 발우공양이라고 합니다. 그 핵심은, 음식을 담는 그릇인 발우에 담긴 것을 남김없이 먹은 다음 물을 부어 음식 찌꺼기가 섞인 물을 마신 뒤 그릇을 깨끗이 포개어 담는 것입니다.
  나이를 먹어가며 점점 더 청정(淸淨)한 생활에 끌립니다. 제일 손대기 쉬운 것이 식사입니다. 저는 점심을 먹지 않습니다. 아침은 간단히 차린 것을 발우공양하듯 먹습니다. 저녁은 집 근처에서 사먹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아내에게 가급적 번거로운 일을 시키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 <겨울_나이 들어보니> 중에서

  부부는 처음에는 남녀로 만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매듭을 짓고 같이 살게 됩니다. 그러나 이 매듭이 얼마나 어설프고 위태한 매듭인지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입니다. 차츰 닥쳐오는 숱한 어려움을 겪으며 그리고 함께 힘을 모아 이를 극복해 가며 사는 중에 부부는 이 세상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로 됩니다. 둘 사이에는 진한 우정이 서서히 자리 잡는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서로 상대의 인간적 결함에 대해 애틋한 연민이 자라납니다. 이 우정과 연민으로 엮인 매듭은 처음 맺은 사랑의 매듭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훨씬 튼튼한 것입니다. 두 존재를 묶는 ‘위대한 결합’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겨울_노처(老妻)>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이 책에 실린 시와 산문들에는 시골살이의 서정적이면서도 현실에 기반한 의식이 내장되어 있다. 농사지으며 사는 삶의 생생한 모습, 그리고 내면에 간직해온 사상, 세상을 향한 시선의 방향을 밝히고 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경계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저자는 이 책에 담은 글을 통해 아직 창창한 날들을 가진 이들에게 조그마한 위안을 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자신에게 남겨진, 훌륭한 삶을 향한 가능성을 과소평가하지 않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길 바라고 있다. 우리 자신들의 참된 행복을 위한 공감이 이루어지고 그 동심원이 점점 더 널리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것이 저자의 소박한 바람일 것이다.
 
  시골살이는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삶일 것이다. 피폐한 도시에서 매일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는 이들에게는 늘 꿈꾸는 생활이다. 그러다보니 은퇴 후 귀농, 귀촌을 하게 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컨 하우스를 마련해 도시에서 4일 시골에서 3일을 생활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은 행복한 삶을 자연과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30여 년 전부터 시골살이 하고 있는 저자의 삶에서 올바른 시골살이의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혜안과 경륜은 세상을 향한 따스함과 더해져 우리가 삶에서 받게 되는 상처와 위기에 대해 위로와 이겨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나아가서 거친 삶에 길들여 있는 우리들을 평온하게 가라앉히는 지혜 또한 얻을 수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행복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심신이 지치고 위로가 필요할 때 이 책을 일독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이들에게 잠시 멈춤을 알려 줄 수 있는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제 누추한 경험이 다른 이들에게 작은 빛으로 반짝였으면, 연못에 튀는 빗방울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