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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전형구의 독서경영

전박사의 독서경영 - <뛰는 사람>

전박사의 독서경영 - <뛰는 사람>

<뛰는 사람>에서 배우는 독서경영

 

  저자 : 베른트 하인리히, 출판사 : 윌북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의 80년 러닝 일지”라는 부제가 있는 이 책은 80세에 100킬로미터 달리기를 목표한 생물학자가 쓴 ‘생물’과 ‘나이 듦’과 ‘달리기’에 관한 책이다. 어린 시절부터 숲을 달리며 삼나무와 버드나무, 까마귀, 스컹크 등 수많은 동식물과 함께 성장한 저자는 숲을 달리다 보면 어느 생명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 책은 달리기를 너무나 사랑하는 숲속 노학자의 좌충우돌 평생 러닝 일지로도 흥미롭지만, 생명에 대한 관심을 통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전해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져볼 수 있을 거 같다.

 

  ‘우리 시대의 시튼’이라 불리는 세계적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의 달리기 이력은 아마추어라지만 학문적 성취만큼이나 탄탄하고 화려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미 100킬로미터 울트라마라톤 대회 우승자이자 신기록 보유자이며, 기숙학교에서 지내던 소년 시절부터 여든이 넘은 지금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꾸준히 틈만 나면 달리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또래에 비해 몸집이 작던 어린 시절에는 ‘자꾸 달리면 심박 수가 올라가 수명이 깎일지 모른다’는 걱정을 들어야 했지만, 그의 달리기 사랑은 꺾이지 않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전문적인 달리기 선수가 아니더라도 저자처럼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고뇌를 떨치기 위해, 나아가 달리기만이 줄 수 있는 고유의 기쁨과 쾌감을 위해 시간을 내어 달리를 취미로 삼고 생활화하는 가람들이 많이 있다. “달리기는 영혼의 터전으로, 몸과 마음을 먹여 살린다”는 하인리히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일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나이 듦에 관한 책이므로 달리기에 대한 조언이나 권고는 하지 않는다. 노년이 되면 선택지는 줄어들고, 선택할 순간이 자주 오지도 않으며 올바른 선택이라면 어차피 뻔한 경주 결과에 목을 매느니 닥친 일을 받아들이고 남겨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변명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최대한 활용한다는 건 성취해야 한다는 당위가 아닌, 성취했고 또 성취할 수 있는 것에 보다 현실적으로 임하는 것이다. - <들어가며> 중에서

 

  그러나 하루주기활동과 마찬가지로 동물이 이동, 생장, 동면, 번식하는 일 년 주기는 미래를 준비한 데 큰 도움이 된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자연은 변덕스럽기 작이 없으므로 유연성은 필수다. 프로그램에 지나치게 얽매이면 치명적인 결과를 마이하거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적절한 균형과 유연성은 자연선택의 산물이다. 거기에는 며칠에서 몇 년, 수심 년에서 수백 년까지 대단히 당양하지만 종에 따라 확연히 구분되는 동물의 수명도 포함된다. - <생체시계의 신비로움> 중에서

 

  인간은 가능하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려고 한다. 이 정체성은 밖에서 주어졌을 때보다 스스로 얻어냈을 때 더 만족스럽다. 돌이켜 보면 내가 스스로 얻어냈다고 생각하는 큰 정체성이 하나 있는데, 바로 ‘주자(走者)’다. 과학자도 전혀 아닌 건 아니지만 평범하지 않은 상황들을 겪으며 결국 그 두 가지가 뒤엉켰다. 하나의 성취가 다른 하나를 성취하는 도구가 된 것이다. - <메인주의 시골에서> 중에서

 

  알고 보니 두 번 더 울린 총소리는 나를 멈추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시합은 이미 오래전에 끝나 있었다. 진행 요원이 실수로 마지막 바퀴 신호를 주지 않은 것이다. 나는 마지막 바퀴를 위해 힘을 아껴둔 채 2초 차이로 기록을 깨지 못한 상태에서 경기를 마쳤고, 경기가 끝난 후에야 그 힘을 발휘해 전속력으로 뛴 것이다. 계획대로였다면 기록을 깨고도 남았겠지만 그러지 못했고 몇 년 뒤에 다른 팀원이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처럼 달리기에는 규칙이 있다. 나는 이 경기를 통해 규칙이야말로 스포츠를 영감을 주는 과정으로, 달리기를 훌륭한 과정으로 만든다는 걸 깨달았다. - <크로스컨트리 달리기> 중에서

 

  시카고 100킬로미터 대회에서 승리는 물리적인 시간은 물론이고 보이지 않는 상태로 작동하는 생체시계에 대한 승리이기도 했다. 이 시계를 속이는 건 명예로운 일이다. 우리는 가능하면 생체시계를 무시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생체시계는 할 수만 있다면 속이고 싶은 공공의 적이다. 상징적으로나마 생체시계를 무시하는 데 성공한 적이 있던 나는 한 번 더 위험을 감수할 마음이 들었다. 경기에 나서는 대신 전적으로 연구에만 전념하며 경주에 대한 책을 쓰자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어기고 다시 무모한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울트라 마라톤의 또 다른 종목인 100마일 경기에 솔깃해지고 만 것이다. - <무모하고 완벽한 신기록> 중에서

 

  하루주기시계는 생물체가 적절한 시간에 활동하도록 준비시킨다. 꽃이라면 꽃가루받이에 최적인 시간에 꽃잎을 열게 하고, 벌이라면 꽃이 피는 시간에 날아가서 꽃꿀과 꽃가루를 수집하게 한다. 극한의 달리기는 생리 시스템 작동이 굉장히 중요하다. 다번에 최대치가 가동될 수 없으므로 시간을 두고 하나씩 기능이 활성화되어야 하며 대부분의 생명 시스템이 동기화되어야 한다. - <진화적 선택> 중에서

 

  속도는 최적의 조건에서 연습하고 충분히 먹으면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달리기 중에 음식이 고갈되고 에너지 소비가 연장되면 성장 속도가 저해될 것이다(아마 나중에는 노화 속도의 감소와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나 정도면 80년하고도 반년이라는 나이치고 정정한 편이긴 했지만 수사슴을 따라잡는 건 생각보다 벅찬 도전이었다. 나는 이제 체온과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먹고 싶으면 먹고, 가끔씩 가짜 사슴을 쫓거나 공시적인 산길 달리기에 나가기로 했다. - <여든의 사슴 사냥> 중에서

 

  달리기에 참여한다는 건 생각이 비슷한 사회집단을 창조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동호회에 들어갈 때 내야 하는 회지가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걸 알고 있다. 동시에 노력이 많이 들수록 보상도 크고 유대도 단단해진다는 것을 안다.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리느라 분투하며 머리 위에서는 큰까마귀가 울고 저쪽에서는 청설모가 재잘대는 소리를 듣지만, 이내 찾아오는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도 결승선 너머의 약속된 보상과 만족이라는 천국을 기다리는 내내 서로 격려한다. 타인의 행복은 나의 희생이 아닌 함께 공유하는 즐거움이다. - <자연의 소리> 중에서

 

* 전박사의 핵심 메시지

 

  ‘인생의 결승선까지 가는 길에는 아직도 미지의 것들이 많이 남아 있다. 새와 곤충과 나무에 대한 사랑, 그리고 진리가 밝혀지기 시작하는 모든 새로운 영역에 대한 열정까지, 또 나는 벗과 팬들과 소통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배울 예정이며 황야가 가진 변화의 자유를 계속해서 사랑하고 무의식 속에 바라던 삶을 살기 시작할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에서 저자의뜨거운 열정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열정이 있다는 건 그만큼 사랑이 가득하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다. 저자는 생물학자로의 삶과 달리기를 하는 아마추어 선수로의 삶을 여든이라는 나이까지도 이러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랑과 열정이 저자의 삶을 이끌어가는 요인일 것이다.

 

  자신의 달리기 사랑을 중심에 둔 이 책에서도 그는 자신이 평생에 걸쳐 관찰 연구한 생명체들의 생존 방식과 특이점들을 차근차근 들려준다. 한참을 달리다가도 눈에 들어오는 생명체를 만나면 잠시 멈춰 서서 ‘생명의 신비’를 논하는 생물학자로의 직업 정신은 끝이 없다. ,

 

  달리기를 할 때 인간은 자연의 일부가 되는 걸 느낄 수 있고, 달리기 앞에서는 노인도 아이도 동등하다. 인간의 달리기 본능을 말하는 가장 순수하고 매력적인 문장을 만나보시라. 달리기를 어느덧 추앙하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