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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

마음의 표정 13. 간위적막

마음의 표정 13. 간위적막(艱危寂寞) : 시련과 적막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기기 좋아하는 자는 반드시 지게 마련이다. 건강을 과신하는 자가 병에 잘 걸린다. 이익을 구하려는 자는 해악이 많다. 명예를 탐하는 자는 비방이 뒤따른다.(好勝者必敗, 恃壯者易疾, 漁利者害多, 鶩名者毁至.)” 청나라 신함광(申涵光·1619~ 1677)이 ‘형원진어(荊園進語)’에서 한 말이다.


  앞만 보고 내닫던 발걸음이 주춤해지는 세밑이다. 언제나 좋기만 한 세월은 없을 것이니, 한꺼번에 내닫다가 무엇엔가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몸을 과도하게 혹사하여 병을 얻기도 하는 것이다. 내 승리는 남의 패배를 밟고 얻은 것이요. 칭찬만 원하면 비방이 부록으로 따라 붙을 것이니, 한자락 쉬어 되돌아보고, 점검하며 다짐하는 내성(內省)의 시간 필요할 것이다.


  사람에게는 간위(艱危)의 시련만이 아니라 적막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역경 없이 순탄하기만 한 삶은 단조롭고도 무료하다. 고요 속에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마음의 길이 비로소 선명해진다. 이 둘을 잘 아우를 때 삶이 튼실해진다. 시련의 때에 주저앉지 말고, 적막의 날들 앞에 허물어지지 말라. 이지러진 달이 보름달로 바뀌고, 눈 쌓인 가지에 새 꽃이 핀다.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_『일침(一針)』, 정민,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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