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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

화막대어부지족(禍莫大於不知足)

화막대어부지족(禍莫大於不知足) - 《『韓非子』「유로」》

만족을 알지 못하는 것보다 큰 재앙은 없다

 

  화막대어부지족(禍莫大於不知足)은 무리한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뜻으로 지족(知足)’이란 자신의 분수를 알고 정해진 사안에 대해 만족감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韓非子』「유로편에 나오는 글로 한비는 이런 이야기를 비유로 들었다. 초나라 장왕이 황하와 형옹 사이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손숙오에게 상을 주려고 하자, 손숙오는 한수 부근의 모래와 자갈이 있는 토지를 청했다. 당시 초나라 법은 신하에게 봉록을 준 땅을 두 세대가 지난 후에 회수하도록 했는데, 오직 손숙오만은 땅을 가질 수 있었다. 그 토지를 회수하지 않은 까닭은 그 땅이 척박했기 때문으로 이후 아홉 대까지 제사가 끊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손숙오의 처신은 무리한 욕심의 덧없음을 보여 주기에 충분하다. 욕심이 없을 때 화는 절로 피해지고, 복이 굴러오기 마련이며, 마음을 비울 때 닥쳐온 위기도 차분하게 넘길 수 있는 법이다.

 

  이 말의 이면을 보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모든 것을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라는 메시지도 있다. 상대방에게 취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먼저 내 것을 주어야 한다는 한비의 말처럼 때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일을 시작하고 큰 공을 세우는 미명(微明)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여기에서 전제 조건은 한 걸음 물러나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 매일 읽는 중국고전 11, 김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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