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菜根譚) - 350. 농부의 거친 손과 마음_후집 125장
산림지사(山林之士) 청고이일취자요(淸苦而逸趣自饒) 농야지부(農野之夫) 비약이천진혼구(鄙略而天眞渾具).
약일실신시정장쾌(若一失身市井駔儈) 불약전사구학신골유청(不若轉死溝壑神骨猶淸).
산림의 속의 선비는 청고(淸苦)하게 살므로 자연히 고상한 취미가 많으며, 들의 농부는 꾸밈이 없이 천진난만함을 그대로 지녔나니, 만약 한 번 몸이 시정(市井)의 거간으로 떨어지면 구렁에 굴러 죽어 신골(神骨)이 오히려 맑음만 같지 못하다.
* 핵심 주제
저자 홍자성이 살아가던 때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계급사회였다. 산 속에서 은둔하는 은사(隱士)는 그 취미가 고상하여 흙을 일구어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거짓을 모르는 농부는 천진난만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사(士) 계급 다음에 농사짓는 사람을 꼽았던 것인데 장사꾼은 거짓말로 불로소득(不勞所得)하면서 때로는 매점매석도 서슴지 않는다 하여 네 계급 중 제일 아래로 꼽았다.
오늘날이 상업 또는 무역 등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지조를 지키는 선비나 땀을 흘려 일하고 그 노력의 대가를 거두는 농부로 살다가 비록 굶어 죽을지언정 거짓과 배신을 떡 먹듯 하는 거간꾼은 되지 말라는 것이 저자의 권유이다.
- 채근담, 홍자성 저, 안길환 편역, 고전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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