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표정 21. 어묵찬금(語嘿囋噤) :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
세상사 복잡하다 보니 말과 침묵 사이가 궁금하다. 침묵하자니 속에 열불이 나고, 말해봤자 소용이 없다. 신흠(申欽)이 말한다.
“마땅히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잘못이다. 의당 침묵해야 할 자리에서 말하는 것도 잘못이다. 반드시 말해야 할 때 말하고,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해야만 군자일 것이다. (當語而嘿 者非也, 當嘿語者非也, 必也當語而語, 當嘿而嘿,其惟君子乎)”
군자란 말할 때와 침묵할 때를 잘 분간할 줄 아는 사람이다. 말해야 할 자리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로 있다가, 나와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으면 소인이다. 이항로(李恒老 1792-1868)가 말한다.
“말해야 할 때 말하는 것은 진실로 굳센 자만이 능히 한다.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대단히 굳센 자가 아니면 능히 하지 못한다.(當言而言.固强者能之,當默而默,非至强不能也).” 굳이 말한다면 침묵 쪽이 더 어렵다는 얘기다.
공자가 말했다. “함께 말할 만한데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고, 더불어 말할 만하지 않은데 말하면 말을 잃는다. (可與言而不與之言, 失人, 不可與言而與之言, 失言).” 할 말만 하고, 공연한 말은 말라는 뜻이다.
정경세(鄭經世 1563-1633)는 호를 일묵(一默)으로 썼다. 쓸데없는 말 만마디를 하느니 차라리 내처 침묵하겠다는 뜻에서였다. 하지만 침묵만이 능사가 아니다. 바른 처신이 어렵다. 말고 침묵, 둘 사이의 엇갈림이 참 미묘하다.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_『일침(一針)』, 정민,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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