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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

마음의 표정 9. 전미개오

마음의 표정 9. 전미개오(轉迷開悟) : 미혹을 돌이켜 깨달음을 활짝 열자


  고려 때 혜심(慧諶) 스님(1178~1234)이 눈 온 날 아침 대중들을 모아 놓고 법단에 올랐다. 주장자를 한 번 꽝 내리치더니, 낭랑하게 시 한 수를 읊었다.

  대지는 은세계로 변하여 버려

  온몸이 수정궁에 살고 있는 듯.

  화서(華胥)의 꿈 뉘 능히 길이 잠기리

  대숲엔 바람 불고 해는 중천에.

  시의 제목이 「눈 온 뒤 대중에게 보이다(因雪示衆)」이다.

  그는 무엇을 대중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걸까?


  밤사이 온 세상이 은세계로 변했다. 수정 궁궐이 따로 없다. 어제까지 찌든 삶이 눈떠 보니 달라졌다. 하지만 달콤한 꿈은 깨게 마련이다. 내린 눈은 금세 녹는다.   바람은 대숲을 흔들어 쌓인 눈을 털고, 해님은 중천에 높이 솟았다.


  대중들아! 이제 그만 꿈에서 깨나라. 전미개오(轉迷開悟)! 미망(迷妄)을 돌려 깨달음을 얻자. 눈은 다시 녹아도 어제의 나는 내가 아니다. 새 눈 새 마음으로 새 세상을 맞이하자.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_『일침(一針)』, 정민,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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