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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구 교수의 글

어부사(漁父辭) - 『굴원(屈原)』

어부사(漁父辭) - 『굴원(屈原)』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리라!” 

 

  사는 것이 녹녹치 않습니다. 바르게 살아도 세상이 받아주지 않는 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정직하고 착하게 살아보았자 남는 것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남을 속이고 잇속을 찾아 사는 간신배들이 더욱 출세하는 것을 보면 울화가 치밀 때가 많지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주변의 참소와 질투로 인생의 고배를 마신 적도 있습니다. 한세상 살다 보면 무슨 일이 없겠습니까? 잘나가던 인생,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치고 도대체 알 수 없는 이유로 뒤죽박죽이 된 경우가 어디 한두 사람만의 일이겠습니까?  

  초(楚)나라 대부 굴원(屈原)도 그런 상황을 겪었습니다. 삼려대부(三閭大夫)라는 초나라 고위 공직에 있었던 굴원은 그를 질투하는 사람들의 모함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늘 뿐만 아니라 조국을 떠나 방랑하는 신세가 되었지죠. 굴원은 간신들의 모함으로 조국을 등지고 떠도는 자신의 신세를 돌아보며 그 유명한 어부의 노래, <어부사(漁父辭)>를 지었습니다.
 
  창랑지수청혜(滄浪之水淸兮) :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가이탁오영(可以濯吾纓) : 내 갓끈을 씻고,
  창랑지수탁혜(滄浪之水濁兮) : 창랑의 물이 흐리면,
  가이탁오족(可以濯吾足) : 내 발을 씻으리라!
 
  굴원은 <어부사>에서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말합니다. “온 세상이 모두 흐린데 나만 홀로 깨끗하고,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취하였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구나!”
  그 말은 들은 저 강호의 어부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
 
  어부의 말속에서 세속의 변화를 달관한 사람의 철학이 느껴집니다. ‘세상이여, 내게 다가오라! 깨끗한 세상에서는 내 맑은 영혼을 그대로 유지하며 살고, 혼탁한 세상에서는 그저 내 발 한 번 씻고 떠나리라! 세상이 혼탁하든 깨끗하든 그것이 내 인생을 어떻게 하지 못한다. 그저 묵묵히 세상에 맞춰 살다 가면 될 뿐이다.’

  하루하루 정말 정신없이 사는 것이 우리의 일상입니다. 혹시라도 세상 살다 험한 일  당하시거든 이 어부의 말을 한번 읽어 보십시오! 막혔던 심사가 훤하게 뚫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이해 안 가는 일이생기면 이해하지 않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 박재희의 <3분 고전_인생의 내공이 쌓이는 시간; 마음경영>, 김영사